세계 재정학계의 최대 행사인 국제재정학회(IIPF) 연례 학술대회가 22일 제주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25일까지 나흘간 '거시재정정책:새로운 과제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고령화,재정 건전성,재정정책의 효율성 제고 등 세계 각국이 당면하고 있는 재정부문의 주요 현안은 물론 한국의 조세제도 및 재정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마지막 날 준비된 '한·일 특별 세션' 주제발표를 맡은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한국은 통합재정수지에서 특별회계나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너무 높아 재정정책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국은 전체 세수 중에서 목적세(지방재정·교육 관련 할당 세금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이른다"며 "그러나 세목과 지출 간의 연계성이 강하지 않아 비효율과 부패가 발생하기 쉽다"고 비판했다. 그는 따라서 "교통세,담배세,교육관련 교부세 지원 등 세수 변동 없이 효율과 형평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특별강연 연사를 맡은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보증이 중소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중소기업에 제공된 정부 보증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를 넘는 수준이었다"며 "중소기업의 역동성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대만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보증 비중이 GDP 대비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중소기업의 낮은 수익률과 대만 중소기업의 높은 수익률의 원인을 이 같은 정부 보증규모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한국 정부에 보증규모 축소를 권고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피터 헬러 IMF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선진국들은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어 재정수요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나 현재의 세율구조아래에서는 세수를 증대할 만한 여지가 없다"며 "고령화에 대비해 세제개편 등의 재정개혁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