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업에 지상낙원처럼 여겨졌던 중국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으로 급격히 변해 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적인 진출로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거의 전 부문에서 공급과잉을 배경으로 가격파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TV 냉장고 등 가전시장에서 시작된 '저가 전쟁'은 노트북 PC 휴대폰 자동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시장으로까지 번져 중국 진출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용산 상가로 통하는 베이징 하이롱빌딩 1층의 PC 매장.롄샹 HP 델 등 선두 업체들의 노트북PC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중국 업계에서 마지노선으로 불려왔던 6000위안(1위안=약 125원) 선이 깨졌다. 롄샹은 불과 한 달 전 여름철 판촉 시즌이 시작될 때 "노트북PC 가격은 6999위안이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지만 며칠 뒤 가격은 5999위안으로 낮아졌다. 이달 들어선 4999위안까지 내려온 상태다. 휴대폰 시장은 더 심각하다. 이 시장은 1999년만 해도 영업이익률 12% 선으로 고수익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신규 진출업체 급증→공급과잉 심화→수익성 악화→퇴출기업 속출'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다. 실제로 같은 1층의 중국업체 롄샹 매장에는 카메라 해상도가 이보다 훨씬 높은 200만화소급 최신형 GSM 휴대폰이 1999위안에 진열돼 있다. 팬택 중국법인 허재창 부장은 "신규 업체의 저가 공격으로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시장 상황이 이런 데도 신규 진출업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촹웨이 등 9개사가 새로 발을 들여놓았다. 이들의 생산능력은 연 2500만대다. 중국 내 수요가 연간 7000만~8000만대인 데 반해 생산능력은 이미 5억대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출로 나가는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전 시장은 레드 오션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에어컨은 400개사가 난립해 생산능력이 내수의 2배를 훨씬 넘어 연간 700만대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1위 에어컨 업체이지만 저가 물량에 치여 중국 시장에서는 4~5위에 머물고 있을 정도다. 중국 가전업체인 커룽은 저가 경쟁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최근 도산했다. 특히 위안화 절상은 가전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어서 내수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고수익 사업이었던 자동차 산업도 세계적 업체들이 거의 모두 중국 시장에 '올인'하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2003년만 해도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았으나 지금은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이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900개 주요 공산품의 70% 이상이 만성적인 초과공급 상태다. 이로 인한 파장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최근 조사한 중국 상장사 100대 기업의 수익성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1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2003년 85%에서 지난해에는 39%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아직은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것은 앞으로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역시 블루 오션을 찾아 나서는 길밖에 없다. 농촌 등 잠재 수요를 발굴하고 첨단 기술에서 나오는 고가 상품에서 한 발 앞서 나가 시장을 선점하는 속도전을 펼쳐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