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용이 되어 승천하다!' ‘독사’ 최철한 9단이 마침내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일 대만 타이중 랜디스 호텔에서 벌어진 제2회 중환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최철한은 이세돌 9단과의 ‘형제대결’ 끝에 21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우승, 상금 200만 위안(한화 약 7천만원)의 주인이 됐다. 이날 대국에서 최9단은 초반 실리전을 펼치며 집으로 앞서 나간 데다 중반들어 우변을 장악하며 승세를 탔다. 세불리를 느낀 이세돌은 특유의 흔들기를 통해 역전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으나 최9단의 물 샐 틈 없는 수비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자 순순히 돌을 거뒀다. 최철한의 중환배 우승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한때 국내 3관왕에 오르면서도 국제대회 우승 기록이 없어 ‘국내용’으로 폄하되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벗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 최철한은 올 3월 제5회 응씨배 결승에서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1-3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으며, 지난달에는 제18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게 패해 또 다시 분루를 흘려야 했다. 이벤트성이 강하지만 국제전인 한중천원전에서는 중국의 구리 7단에게 2년 연속 패해 국제기전과의 악연을 되풀이해 왔던 것이 사실. 한편 이세돌 9단은 결승전에서 패하며 동시에 쫓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우선 삼성화재배, 도요타덴소배, 후지쓰배 우승자인 이세돌의 세계기전 4관왕의 꿈은 일단 자동보류. 세계기전 4관왕의 대기록은 현재까지 이창호 9단만이 세 차례 기록하고 있다. 또한 1월 8일 도요타덴소배 결승3국 이후 이어온 국제기전 연승 기록 역시 14연승에서 제동이 걸렸다. 14연승은 이창호 9단과 타이 기록. 만약 결승전에서 승리했다면 이창호 9단을 밀어내고 새로운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중환배는 응씨배 이후 대만이 창설한 두 번째 국제기전으로 2년 연속 중국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모두 16명의 정상급 프로기사가 출전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대만기원의 천궈싱 비서장은 “비록 대만 기사들이 2회전에서 모두 패했지만 큰 성과가 있었다”라며 “차기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101빌딩에서 개최할 예정”이라 밝혔다. (서울=연합) 양형모 객원기자= ranbi36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