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영업 확장을 놓고 큰 싸움을 벌여온 금융권이 이제 인수·합병(M&A) 전쟁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LG카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최근 내달부터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론스타가 매각 제한이 풀리는 10월 말을 앞두고 지분 매각에 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인수전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쌍용화재 대주주들도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보험업계 M&A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 매물의 향방은 각각 은행과 카드 등 금융계 판도를 단번에 바꿔놓을 수 있어 금융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LG카드 인수전 점화


유지창 산은 총재가 "시중은행 중 LG카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은행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가장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신한지주 농협 등도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 가운데는 씨티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LG카드를 놓고 3명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 회장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김승유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은 "추가적인 M&A를 통해 카드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LG카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도 "LG카드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역시 "LG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솔솔 퍼져나가는 외환은행 매각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8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 주간사로 씨티그룹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론스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환은행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상반기에 6749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몸값이 최솟고 있는 만큼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분석이 금융계에서는 지배적이다.


인수 후보로는 하나은행과 신한지주 농협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를 동시에 성사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론스타가 매각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인수 제한이 풀리는 즉시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론스타 지분 (50.53%)을 인수하기 위해선 3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도 M&A 소용돌이


그동안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어 온 쌍용화재도 매물로 나왔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이 회사의 1대 주주인 세청화학컨소시엄(지분율 약 24%)과 2대 주주인 대유컨소시엄(약 20%)은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선 그동안 쌍용화재 인수 의사를 밝힌 그린화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린화재는 이미 쌍용화재 지분을 사실상 6%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화재 대주주측은 또 중소형 A화재 등 다른 손보사 대주주에게도 M&A를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는 "일부 중소형 회사가 생존을 위해 저가정책을 펴는 게 시장 교란 요인"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업계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태·유병연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