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고유가 충격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제히 예상치를 웃돌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월마트의 2분기 이익증가율이 4년 만의 최저치로 급감하면서 고유가가 소비심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다. 세계은행(IBRD)은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중국경제 성장률이 올해 9%대에서 내년에는 8%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고,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고유가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 회복세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인플레 우려 확산 배럴당 70달러 선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무엇보다 물가상승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7월 중 소비자물가가 0.5% 상승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0.4%)를 웃도는 것으로 6월 물가가 보합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고유가의 물가영향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3.8%나 급등하면서 7월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영국도 7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2.3%(연율환산)에 달해 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영란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프랑스도 도미니크 빌팽 총리가 "고유가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말할 정도로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물가상승은 소비자의 구매력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소비재산업이 타격을 받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된다. 또 유가상승으로 원가부담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제품값을 올리면서 '인플레 악순환'이 초래될 수도 있다. ◆주요국 성장률 낮아질듯 고유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투자가 둔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일본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일제히 낮아졌고 세계은행도 16일 중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9% 정도 늘어난 뒤 내년에는 8%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고유가 등으로 세계무역 증가세 둔화로 수출주도형인 중국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내수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가는 기업실적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창고형 할인매장인 미국 월마트의 2분기 이익 증가율(5.8%)은 4년 만에 최저치로 급감했고,미국 델타항공 등 전 세계 항공사들은 이미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7월 중 미국 산업생산 증가율이 0.1%에 그쳐 예상치(0.5%)를 크게 밑돈 것도 고유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 이코노미스트인 파티흐 비롤은 "올 평균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을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8%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하영춘·베이징=오광진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