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용경협, 캔쿤, 피츠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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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경협(龍慶峽)은 중국의 관광지다. 베이징에서 북동쪽으로 85km 떨어진 곳에 있는 산속의 호수다.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작은 계림, 즉 '소계림'으로 불린다. 베이징 관광의 단골코스로 인기가 높다.
용경협에서 볼 수 있는 산과 절벽은 자연이지만 물은 인공이다. 원래는 작은 호수였는데 1973년 높이 72m짜리 댐을 건설해 수심이 60m가 넘는 거대한 호수로 만들었다. 96년에 댐 위까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들면서 유명 관광지가 됐다.
사람의 손을 제대로 탄 셈인데 이런 예로는 멕시코의 캔쿤이 더 유명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캔쿤은 볼만한 것이라곤 모래사장 밖에 없는 인구 100여명의 작은 어촌이었다. 지금은 그랜드캐니언,옐로스톤공원,나이애가라폭포 등과 함께 북미 4대 관광지로 꼽혀 연간 500만명 이상이 찾는 곳으로 변했다. 멕시코정부가 1970년대에 이곳을 개발해 쉐라톤,힐튼 등 세계적인 호텔을 유치하고 'G7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를 열면서 카리브해를 대표하는 휴양지가 됐다. 길이 7km,폭 400m의 초라한 산호섬의 옛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용경협과 캔쿤은 현재는 별 볼 일 없이 느껴지는 자원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혁신 사례로 볼 수 있다. 지역 사람들끼리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곳이 매년 수백만명의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로 바뀐 것은 기업이 '대박'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것에 비길 수 없는 놀라운 혁신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경협,캔쿤 같은 관광지를 만들 수 있을까. 정부가 개발정책을 펼쳐야 할까, 아니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이런 큰 변화는 혁신가들의 힘이다. 지금의 현실에 불만을 품고 더 나은 미래와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건 창의적인 혁신가들이 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관광지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도시의 배후에는 이런 혁신의 노력과 힘이 있다. 미국의 피츠버그가 대표적인 예이다. 피츠버그는 '세계의 대장간'으로 불리던 철강도시. 70년대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이 도시는 한때 7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40만명으로 줄어든 70년대 후반부터 시당국이 주도해 꾸준한 변화와 혁신운동을 벌였다. 지금은 어떤가. 금융,정보기술,생명공학,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됐다.
90년대 이후에는 '가장 살기 좋은 도시'리스트에도 자주 오른다. 90년대 중반 피츠버그를 업그레이드시킨 토머스 머피 시장은 스스로를 '도시의 혁신 매니저'라고 부르며 변화를 주도했다. 그 결과가 바로 나노,세포기술,자동화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혁신 도시 피츠버그다.
참여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미비하다. 그 이유는 큰 방향보다는 작은 개선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혁신을 개혁이나 부정부패 척결 구습타파 같은 것과 헷갈리지 말고 '공전의 히트상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다.
'혁신도시'로 지정되는 곳은 물론 지역주민을 잘 살게 만들고 싶어하는 혁신가들이라면 이런 사례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용경협 캔쿤 피츠버그처럼 자랑하고픈 우리의 혁신도시들을 꿈꿔본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