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최근 '10년 장기불황 탈출'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도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인상할 정도로 견조한 성장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도 주요 선진국의 이 같은 경기회복 무드에 동참할 수 있을까.


최근 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도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고(高)유가와 환율 등 대외변수가 여전히 불안해 경기회복을 장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1970년 이후 국내 경기순환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성장복원력이 약화된 반면 경기변동성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한번 침체국면에 빠지면 회복세로 돌려 놓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지속하기도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구조 악화는 해외 경제부진 등 대외 악재가 증폭된 탓도 크지만 정부가 성장잠재력 증대의 핵심인 투자보다는 소비와 건설경기 활성화에 치중하는 등 단기 경기부양책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성장복원력↓,경기변동폭↑


지난 1970년 이후 통계청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를 살펴본 결과 현재 한국 경제는 2000년 8월 경기고점 이후 시작된 7순환기의 수축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경기저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과거에 비해 경기수축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1∼6순환기의 평균 주기는 53개월이었는데 이 기간 중 확장기간은 평균 34개월로 수축기간 19개월보다 훨씬 길었다. 반면 이번 7순환기는 확장기간이 24개월에 불과한 데 반해 수축기간은 58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복원력이 그만큼 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성장률 등락 폭으로 표현되는 경기변동성은 197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다 외환위기 이후 다시 확대됐다. 1971∼1980년 동안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표준편차는 4.63이었으나 1980년대 2.57,91∼97년에는 2.00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현재까지의 표준편차는 2.98로 오히려 확대됐다.



◆투자 활성화 통한 성장엔진 복원해야


국내 경기변동 구조가 이처럼 변화한 것은 무엇보다 대외 여건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다.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이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한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은 급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고유가 시대가 고착화되고 테러 등 대외돌발 악재들도 빈번해지고 있다.


반면 경기안정화 기능을 담당하는 내수소비는 신용카드 거품 등을 거치면서 변동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1991∼1997년까지 2.00에 불과하던 총소비의 변동폭(표준편차)은 1999년 이후 올해까지 4.08로 두 배가량 확대됐다. 또 국내기업 규제 개선 미흡과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같은 정부의 정책 실패도 경기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현 정부도 이전 정부의 단기 부양책 부작용인 소비침체와 부동산 투기 현상을 수습하는 데 소극적이었고,성장저하의 근본 원인인 기업투자 부진 현상을 방치해 저성장 구조를 고착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유 본부장은 따라서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본격화시키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 폐지,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규제 완화 등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대책이 조속히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