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경기가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주택 매물이 급격히 늘어나고 그동안 주택시장의 호황을 이끌어왔던 낮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택경기 둔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시장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지금까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주택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지난 5년간 주택 가격이 2배 이상 뛴 샌디에이고의 경우 최근 매물로 나온 주택이 총 1만2149채에 달해 1년 전의 5995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버지니아 북부에서도 매물이 1년 전에 비해 26% 늘어난 반면 주택 거래는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매물 증가는 매사추세츠를 비롯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올랜도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버지니아의 부동산중개업체 리얼티 디렉트의 팁 파워스 사장은 "거래가 확실히 줄고 있다"며 "투기꾼들이 주택 가격 상승 둔화로 단기차익 챙기기가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주택 가격은 주로 낮은 모기지 금리에 힘입어 지난 5년간 50%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5.53%였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가 최근 5.89%로 상승하는 등 더 이상 낮은 금리 덕분에 주택시장의 열기가 지속되기 어렵게 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경고한 이후 주택가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소한 올 9월이나 10월 초까지는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냉각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시장 여건이 변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