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직원 골프 금지,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 차단,경영지원부서 경상비 20% 이상 삭감….'


쌍용자동차가 다음 주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다.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침체로 올해 실적이 IMF사태 때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12일 발표되는 올 상반기 실적은 2001년 이후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SUV 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인 데다 카이런 신차 효과도 예상에 못미치는 만큼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상반기로 예상됐던 쌍용차의 중장기 비전 발표가 늦춰지는데 대해 "실적 악화 때문에 대주주인 상하이기차와 트러블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차는 이에 대해 "코란도 후속 모델이 나오고 카이런 수출이 시작되는 하반기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중장기 전략도 '2010년까지 현재의 2배인 연산 4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내용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비상경영 돌입


쌍용차는 12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뒤 곧이어 이사회를 열고 '비상 경영' 계획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비상경영 계획에는 △사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 골프 금지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 차단 △생산·판매를 제외한 경영지원 부서의 경상비 20% 이상 삭감 △생산성 향상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비상경영을 선포하게 된 것은 올 상반기 실적이 2001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에 적자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 쌍용차의 올 상반기 판매 대수는 6만908대로 연간 목표(16만대)의 3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신차가 없었던 데다 SUV에 대한 세금 인상,경유값 상승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란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난 2분기 쌍용차의 생산설비(21만대) 기준 공장가동률은 54.6%까지 떨어졌다.


생산운영 기준 공장가동률(71%)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은 2분기 생산목표를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7000대나 낮춰잡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6월 출시한 '야심작' 카이런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7월 들어 쌍용차의 전체 판매대수는 전달보다 16.5% 늘었지만,카이런 판매는 2435대에서 1718대로 29.4%나 줄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10월 현대 싼타페 후속모델을 필두로 GM대우와 르노삼성도 줄줄이 SUV를 출시하는 만큼 쌍용차로선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론 달라진다"


쌍용차는 일단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입장이다.


10월에 코란도 후속모델을 선보이고 카이런 2000cc 모델을 추가로 내놓는 만큼 '신차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출도 다음 달부터 카이런이 추가되는 만큼 상반기 이상의 성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하반기 중 국내 5만~6만대,수출 3만~4만대를 판매해 연간 판매량을 15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및 중국 현지생산 확대를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을 마련 중이다.


오는 2010년까지 연산 4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이중 25만대 가량을 수출 및 중국 현지생산으로 충당한다는 것.쌍용차는 연내 상하이기차와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빠르면 2007년부터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카이런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쌍용차는 아울러 폭스바겐 '투아렉'과 같은 럭셔리 SUV 등을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조만간 중장기 비전이 발표되면 '상하이기차가 쌍용차의 기술만 빼갈 것'이란 악의적인 루머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