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오후 2시 법원종합청사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인정신문 정도로 그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검찰측과 이에 맞선 김우중 회장 및 변호인단 간 치열한 법리공방전이 벌어졌다. 먼저 검찰은 대우그룹 4개 계열사에 대해 김 회장이 1997년,1998년 각각 20조원 안팎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것과 이를 근거로 9조8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대우 경영진과 회계분식을 상의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IMF 사태로 인해 10조원 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금리가 20% 이상 치솟는 상황에서 유일한 생존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BFC(대우그룹의 해외금융조직)의 자금운용 내역이 ㈜대우의 회계장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99년 초순에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세계경영'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검찰은 "해외투자금과 차입금 비중이 어떻게 되느냐"며 과도한 차입경영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해외법인의 부채 비율을 선진국은 200%,후진국은 600% 등으로 차별화시켰으며 무분별한 투자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국가경제 질서를 문란케한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측 지적에 대해 "주식투자자는 몰라도 국가에는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벌 받은 뒤에 토론회나 청문회 등 어떤 형식이라도 좋으니 다 밝히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김 회장은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 공판 내내 한 손을 귀에 갖다대고 있었다. 또한 심장병용 약 투여를 위해 잠깐 휴정을 요청한 뒤 대기실로 들어가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준비해 둔 산소마스크를 쓰는 등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모습이었다. 김병일·김현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