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사회 전체가 24시간 감시당하는 질곡에 빠져들고 있다. 전화 도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카메라에 찍히고 e메일이나 메신저는 통신보안 명목으로 점검을 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빅 브라더(Big Brother) 세상'이 됐다. 정보기관의 휴대폰 도청 사실이 밝혀져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약 2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메신저의 대화 내용을 누구든지 엿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화 내용이 컴퓨터에 저장돼 언제든지 검색해보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낱낱이 알아낼 수 있는 것. 기자가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데스크톱 검색'을 이용해 찾아본 결과 수년 전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검색됐다. 누가 언제 메신저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초 단위로 상세하게 떴다. 회사 기밀에 관한 대화나 상사를 비방하는 얘기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정 메신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용자 수에서 1,2위를 다투는'네이트온'과 'MSN메신저'는 물론 '야후메신저''터치''타키''버디버디' 등에서도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검색됐다.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 대화 내용이 저장된다는 사실은 보안업체들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히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저장된 메신저 대화 내용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훔쳐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언제 어디서나 엿보고 엿듣는 '유비쿼터스 모니터링 시대'가 열렸다. 회의에서 중요한 사안을 논의할 때 말로 하지 않고 메모를 건네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일부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도청을 우려해 휴대폰을 여러 대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으로 엿보고 엿듣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제를 정비하고 건전한 정보문화를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