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통주의 역사학자들은 일본 히로시마에 대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가 태평양전쟁을 종식시켰으며 실제로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수정주의 학자들은 일본이 1945년 여름부터 희망을 잃고 항복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미국의 원폭 투하는 러시아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보수성향의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 최신호(8일자)는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몰래 도청한 일본군의 무전 교신을 보고 원폭 투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무선정보기관인 `울트라'는 각국 군과 외교관들의 교신 내용을 비밀 도청하고 암호를 해독했으며 1942년 중반부터는 미국 지도부에 매일 `마술'로 불리는 3종의 유인물을 올렸다. `마술 외교편'은 세계 각국 외교관들의 통신을 도청한 내용이며 `마술 극동편'은 주로 일본 제국군과 해군, 공군의 움직임을 담고 있고 `마술 유럽편'은 유럽의 정보를 담고 있다. 울트라팀은 도청 문건을 파우치에 넣어 대통령과 비서실장, 군부 최고 책임자에게 직접 배달했으며 새 문건을 건네면서 전날 배포한 문건을 모두 회수해 원본만 남기고 모두 파기했다. 흥미를 끄는 것은 미국의 부통령과 육군, 해군 및 국무부의 극소수를 제외한 정부 부처 고위 당국자나 연방수사국(FBI)조차도 울트라팀의 도청 문건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울트라가 수집한 `마술 극동편'에 따르면 협상을 통해 일본과 평화적으로 종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메시지는 3, 4건에 불과했으며 13건 이상이 끝까지 항전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총리와 외상, 군참모총장 등으로 이뤄진 `빅6'는 1945년6월 항복 문서 전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종전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하기 위해 옛 소련에 접근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일본 황국군과 해군 내부에서 주고받은 통신을 도청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이 예외 없이 일본군은 연합군의 침략에 맞서 일본 본토에서 최종의 전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울트라팀은 특히 미국이 1945년11월 규슈(九州)를 시작으로 일본 본토를 공격할 것이라는 `올림픽작전' 계획을 사전에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경계감을 늦추지 못했다. 울트라팀이 1945년 7월 중순부터 도청한 자료를 보면 일본이 규슈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나오며 만약 규슈를 공격하면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내용을 기고한 2차 세계대전 전문 역사학자인 리처드 프랭크는 "일본은 희망을 잃었으며 항복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수정주의자들의 가설은 모두 틀렸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