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일부터 핵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핵 문제를 둘러싸고 이란과 서방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유럽연합(EU)이 이란의 핵 활동과 관련된 제안서를 지난달 31일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1일부터 핵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했던 한 소식통은 이란이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라늄 변환활동의 재개를 통고하는 서한을 보낸 뒤 곧바로 이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장관 대변인은 "현재 이란에 체류 중인 IAEA 사찰관들의 참석 아래 아스파한 원자력발전소에서 IAEA 봉인을 제거하고 핵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주장을 계속 밀고 나가 핵 활동을 재개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돼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비슷한 상황에서 이란이 막판에 입장을 바꾼 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 평화적인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6일 취임하는 강경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신임 이란 대통령이 핵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변수 중 하나다. 이란의 정확한 의도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유럽연합(EU)과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할뿐 아니라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에서 나왔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세피 이란 외무장관 대변인은 "유럽의 제안들이 예쁜 포장에 싸여 있지만, 공허하다는 보고들을 접해왔다"며 협상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란과 핵 협상 중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국 외교관들은 지난 5월 제네바 협상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동결의 대가로 유럽이 불가침 약속과 함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안서를 8월 초까지 내놓는다고 했지만 8월1일이라는 날짜를 못박은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8월7일까지 제안서를 내놓겠다고 수정 제안한 유럽 3국은 이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다음주에나 제안서를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이란이 유럽과의 핵협상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조치를 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촉구하고 이란의 핵활동 재개 위협은 "불필요하고 파괴적인 조치"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EU 3국은 이란의 정확한 의도를 조사하는 한편 핵활동 중단 약속을 깰 경우 유엔 안보리에 이란을 회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유럽과 협상하는 동안 원자력발전소용 핵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이자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란이 위협대로 핵활동을 재개할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은 IAEA 이사회에 긴급회의를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외교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IAEA는 이란이 일방적인 조치를 철회하고, 우라늄 농축 관련 모든 핵연료 활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시한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이를 거부하면 결국 미국의 지지 아래 이란의 핵문제를 안보리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IAEA 대변인은 35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소집하는 데는 최소 3일은 걸리며, 이 회의 결과에 따라 이란의 핵관련 서류들을 안보리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AEA는 이란의 주장대로 사찰관들이 봉인 제거를 위해 이스파한 원자력발전소에 갈 지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사례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며 "안보리가 세상의 끝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 제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핵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이란의 알리 아그하 모아메디는 핵 활동 재개 위협과 함께 "유럽과 협상을 추구하기를 원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혀 평화 협상에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테헤란 AFP.A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