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심심하게 하루가
또
간다
아득하다
이따금 풀잎들을 건들고 지나가지만
그냥 바람이다
유리창에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본다.
산,구름,하늘,호수,나무
운동장 끝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대고 흙장난을 하고 있다
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
세상에,세상이
이렇게 무의미하다니.
-김용택 '뜬구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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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콘크리트 세상에 앉아서 건너다보니 숨막힐 듯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늘 한쪽에 흐르는 구름과 바람,자연의 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아이들.욕망과 한숨,쓸쓸함도 녹아서 자연의 일부가 될 것 같은 모습이다.
오죽하면 시인이 '무의미'라고 했을까.
하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우리가 탈출하고 싶어하는 번잡한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재미와 설레임이 넘치는 기회의 장소,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희망의 터전이리라.인생은 그렇게 서로를 부러워하며 꿈꾸듯 살아가는 것.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