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 차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활 6년째에 접어들도록 우승컵을 만져 보지 못한 '슈퍼울트라 땅콩' 장정(25)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180만달러)에서 한풀이에 나섰다. 28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링크스코스(파72.6천463야드)에서 개막한 대회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단독선두를 달렸다. 지난 2000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69타)을 1타차로 제친 장정은 이로써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릴 기회를 잡았다. 장정은 지난 2000년 LPGA 투어에 진출해 어느덧 6년째 미국 무대를 누비고 있는 중견. 조건부 출전권자로 첫발을 디뎠지만 상금랭킹 44위를 차지해 뿌리를 내린 뒤 올해까지 꾸준한 성적을 내온 '소리없는 강자'가 바로 장정이다. '슈퍼땅콩' 김미현(28.KTF)보다 더 키가 작아 '슈퍼울트라땅콩'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장정은 작년 상금랭킹 12위에 올랐고 올해도 '톱10'에 7차례 입상하면서 상금 16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준우승 3차례 뿐 유독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어 실력이 '저평가'됐던 것도 사실. 장정은 빗줄기가 뿌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치러진 이날 3개홀 연속 파행진 끝에 4번홀(파3) 보기로 출발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장정은 6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린 뒤 7.6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단숨에 언더파 스코어를 만들었고 11번(파4), 12번홀(파3)에서 각각 6m, 4.5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두로 도약했다. 13번홀(파4)에서 바람에 밀린 탓에 2온에 실패, 1타를 잃었지만 곧바로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2.7m 옆에 떨구는 컴퓨터샷으로 버디를 뽑아내며 잃은 타수를 곧바로 만회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버디로 장식한 것도 장정에게는 기분좋은 1라운드 마무리였다. 장정은 "제주도에서 이런 바람 속에 경기를 치러봤다"면서 "퍼팅할 때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게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을 노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로 공동11위에 그쳐 발걸음이 무거웠다. 장정과는 5타차로 벌어지면서 선두 경쟁에서 뒤처진 소렌스탐으로서는 남은 3일 동안 힘겨운 추격전을 벌어야 할 처지. 소렌스탐은 "날씨가 바뀌니 코스가 연습 라운드 때와 너무 달랐다"면서 "오늘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역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위성미(15.미셸 위)는 프로 전향설에 휩싸이며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위성미(15.미셸 위)는 3오버파 75타로 공동32위에 머물며 다소 기대에 못미쳤다. 버디 2개를 뽑아낸 위성미는 보기 3개에 더블보기 1개가 나오는 등 위기 관리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위성미는 두자릿수 오버파 스코어가 속출한 이날 일단 중위권을 지켜 반전의 여지를 남겼다. 위성미는 지난주 에비앙마스터스 때도 첫날 3오버파 75타로 부진했지만 2∼4라운드에서 10타를 줄여 준우승을 차지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바람, 추위, 그리고 빗속에서 골프를 쳐봤지만 3가지가 한꺼번에 겹치니 정말 힘들었다"는 위성미는 "하지만 아직 3일이나 남았고 선두에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고 여유를 보였다. 21명이나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장정을 뺀 20명은 모두 오버파 스코어로 첫날을 마쳤다. 남편의 원정 내조를 받고 있는 한희원(27.휠라코리아)이 1오버파 73타로 공동11위에 올라 상위권 진입의 기회를 만들었다. 김영(25.신세계)이 2오버파 74타로 공동19위에 이름을 올려 그나마 선전했으나 박지은(26.나이키골프)과 안시현(21.코오롱엘로드)은 5오버파 77타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김미현(28.KTF)과 김초롱(21)도 이날 7타나 잃으며 초반부터 우승 경쟁에 뛰어들 추진력을 잃었다.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주연(24.KTF)과 코닝클래식 챔피언 강지민(25.CJ)은 처음 경험하는 링크스코스에 대한 적응이 전혀 안된 듯 8오버파 80타로 부진했다.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올린 이미나(24) 역시 난생 처음 밟아보는 링크스코스에서 고전한 끝에 10오버파 82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쥐고 고개를 떨궜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박세리(28.CJ)는 러프에서 볼을 쳐내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다쳐 결국 경기를 중도에 포기했다. 8번홀까지 6오버파로 크게 흔들린 박세리는 그립을 쥘 수 없다면서 경기위원에게 기권 의사를 통보했다. US여자오픈에서 선두권을 달려 눈길을 끌었던 니콜레 페롯(칠레)이 2언더파 70타를 쳐 순위표 윗줄에 이름을 올렸고 노장 리셀로테 노이만(스웨덴)도 1언더파 71타로 상위권에 올랐다. 한편 이날 로열버크데일링크스는 오전부터 비가 내린데다 바람까지 불어 선수들은 방한복과 털모자로 무장하고 경기에 나서는 등 곤욕을 치렀다.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가 6명에 지나지 않을만큼 성적은 저조했고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무려 13오버파 85타라는 어이없는 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그린이 물에 잠기는 폭우가 내린 탓에 1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됐고 이 때문에 진행에 차질을 빚은 끝에 30명의 선수가 1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