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차세대 휴대폰용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중소형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시장 선점을 위해 9000억원을 투입,월 2만장 수준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기로 했다. 전세계에서 능동형 OLED 본격 양산 계획을 밝히기는 삼성SDI가 처음이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26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중소형 OLE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제품 성능과 초기 원가절감 등을 따져보고 전체 OLED 시장 변화를 지켜본 뒤 적절한 투자시기를 세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투자를 집행,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능동형 OLED는 LCD를 대신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제품으로 주로 휴대폰용으로 쓰이는 1.8∼2.2인치대의 중소형 제품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IT기업들이 능동형 OLED를 개발하고 있으나 본격 양산을 시작한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개발 중이며 일본에서는 산요와 코닥 합작사인 SK디스플레이,소니와 도요타의 합작사인 ST-LCD,대만의 AUO 등이 개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가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장을 미리 선점하겠다는 것.삼성SDI는 현재 수동형 OLED 시장에서 일본 파이오니아,대만 라이트디스플레이와 함께 9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SDI는 그룹 내 디스플레이 개발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와 협의를 통해 중소형 능동형 OLED 개발 및 생산을 맡기로 한 상태다. 김 사장은 "능동형 OLED 관련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만큼 원가를 낮추는 등 일부 문제만 해결되면 본격 양산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와 함께 현재 산요 소니 마쓰시타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2차 연료전지 부문도 연내 3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고용량 2차 연료전지를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또 하반기 PDP 패널 부문에서 원가를 대폭 낮춘 고화질 신기종인 'V4'비중을 꾸준히 늘리기로 했다. 김 사장은 "지난 2분기에 'V4'기종의 비중은 전체 PDP 패널 물량의 35%에 불과했지만 3분기에는 88%로 늘리고 4분기에는 98%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V4보다 원가를 40%가량 낮춘 'V5'도 이미 개발을 끝낸 만큼 하반기 중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슬림형 브라운관 TV의 공급원가가 16만원에 불과하지만 세트가격은 13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견조한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