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진로 채권단의 송금 규모에 외환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외 송금규모가 클 경우엔 국내 외환시장에 대규모 달러 매수주문이 쏟아져 원·달러 환율이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25일 LG필립스LCD가 미국에서 주식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언제 원화로 환전될지 모르는 '잠재 매물'의 성격을 띠고 있어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충되는 두 요인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대금은 총 3조4000억원.진로 채권의 약 70%를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채권단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외로 송금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조4000억원(약 21억달러)에 달한다.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금액(40억∼50억달러)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진로관련 매수주문이 나왔다는 루머가 돌 때마다 달러 매수세가 꿈틀거리고 있다"며 "두꺼비(진로의 옛 소주이름)가 외환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LG필립스LCD의 ADR(주식예탁증서) 발행대금은 환율 하락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LG필립스LCD는 지난 25일 미국 시장에서 신주(新株) 발행을 통해 13억6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조달했다. ◆어떤 게 진검(眞劍)이냐 국내은행 딜러는 "골드만삭스 등이 인수대금 가운데 얼마를 국내에 재투자하느냐에 따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LG측에서도 주식발행대금을 외채상환이나 수입대금으로 쓸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실제 매물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둘 다 시장에 노출된 재료이긴 하지만 어떤 게 진검이고 어떤 게 목검인지는 직접 부딪쳐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