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은 중국 위안화 절상폭이 예상외로 작다는 점에는 일단 안도하면서도 향후 추가 절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법인들의 미국 달러화 자산을 축소하고 중국 일변도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 전략을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국내 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다소 약화하고 중국 생산법인을 통한 제3국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고 해외에서 중국 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클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요인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의 파급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환율 변동폭 확대로 투기성 자본의 유출입이 빈번해지고 이에 따른 부실채권 문제 등 금융불안이 심화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한국은 수출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사업 체질 개선 계기 한국은행은 2.1% 수준의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수출은 약 4억8000만달러 늘고 수입은 80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원화 절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어서 원화 동반 절상까지 고려할 경우 상품수지 개선 효과는 1억6000만달러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문종박 재정담당 이사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미 상당부분 국내 환율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당국이 달러에 연동하는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바스켓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만큼 추가 절상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나영배 LG전자 상무도 "당장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중국 사업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할 계기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자산 비중 확대 주요 기업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화 자산 대신 위안화 자산 편입을 확대하는 데 나서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은 "올 들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제기된 때부터 중국 법인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오고 있다"며 "비용절감 등을 통해 현지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별도로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피로 증세를 보여온 대중국 투자 역시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현지 투자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동남아 등에 대한 대체 투자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실제 삼성 LG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중국 대신 인도 베트남 슬로바키아 등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기존의 값싼 생산기지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먹힐 수 있는 중추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위안화가 추가로 절상될 경우 중국 현지 기업과의 내수 경쟁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일훈·김동윤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