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으로 원화와 엔화 등 인근 국가의 통화도 함께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대외 수출이 줄게 되면 상대적으로 한국과 일본 등의 수출이 늘게 되고,이는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로 이어져 한국과 일본의 외환시장에 달러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위안화 절상 소식이 전해진 21일 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10원대로 급락한 뒤 한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등 혼란에 빠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종가(1035원50전)보다 2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전날 14개월 만에 113엔대까지 올라섰던 엔·달러 환율도 110엔대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원화환율이 출렁거리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알려진 악재는 이미 악재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사항"이라며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폭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이 같은 우려를 미리 반영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도 "외환시장은 논리적이기보다 다분히 정서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위안화 절상 조치 이후 원화가 실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그 당시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는 21일 현재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작년 10월 말과 비교할 때 8.1% 절상됐다. 반면 이 기간 일본 엔화는 5.8%,싱가포르 달러화는 1.2%씩 각각 평가절하됐다.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는 대만달러화만 평가절상됐으나 절상폭은 4.6%로 원화의 절반 수준을 조금 넘어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가 올 들어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은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대비해 앞으로 받을 달러를 선물환을 통해 상당부분 선매도한 점도 하락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은행 딜러는 "위안화가 절상됐기 때문에 원화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겠지만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짧게는 1~2개월 내에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 3분기 정도 되면 미국 경상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인하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과 대책'이란 자료에서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절상의 영향을 받겠으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 원화가 여타 아시아지역 통화에 비해 큰 폭으로 절상됐다는 이유에서다. 진동수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도 "이번 위안화 환율제도 변경이 2.1%라는 비교적 소폭의 절상에 그침에 따라 우리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간 원화가 위안화 절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 이미 큰 폭으로 절상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도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으나 서울외환시장이 열리면 충격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한국은행과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환투기 등 비정상적인 시장 움직임이 있을 경우에는 강력한 대응조치를 통해 취해나가기로 했다. 박준동·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