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운찬 총장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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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城麟 < 한양대 교수·경제학 >
최근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도입 방안에 대해 참여정부와 여당이 취한 편협한 태도는 우리 교육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동안 서울대가 '지역균형선발''특기자전형' 등을 통해 우리 교육의 형평성 특성화 다양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취한 노력들은 깡그리 무시한 채 변별력 없는 수능과 신뢰할 수 없는 내신성적의 한계를 보완해 지적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폄훼됐다.
30년 전 아날로그시대에 국가경쟁력보다는 입시지옥 해소라는 편협한 이유로 도입된 교육평준화 제도는 무한경쟁의 정보기술(IT)시대인 오늘날 더 이상 좋은 교육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 제도는 공교육을 황폐화시켰고,학생들을 유치원 시절부터 사교육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참된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고,국민들에게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뿐 아니라 서민계층 자녀들에게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교육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학도 평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 사회는 평등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경쟁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인류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사람 이외의 변변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다른 나라보다 앞선 일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일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유능한 엘리트 인재들을 많이 육성해야 하고, 유능한 인재를 많이 육성하기 위해선 일류대학이 필요하다.
모든 선진국들이 일류대학을 많이 만들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일류대학이라는 것이 지적 능력만 뛰어난 교수와 학생을 많이 보유한 대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지적 능력 외에도 감성적 능력,육체적 능력을 포함해 여러가지 능력이 있다.
이 각각의 능력에 있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우는 대학이 일류대학인 것이다.
모든 대학은 이러한 의미에서 일류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특성화ㆍ다양화돼야 하고 특성화ㆍ다양화되기 위해선 대학의 교육과정 수립과 학생선발에 있어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이번 서울대의 시도도 이와 같이 학생선발 자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일류대학들치고 학생을 서열화해서 뽑는 대학이 어디 있느냐고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무지의 소치다.
세계 일류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전국 고등학교를 돌며 장학금과 조기입학 허가를 제공하며 치열한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의 소위 일류대학들이 왜 세계 일류대학이 못되느냐고 비아냥거리지만 이것 또한 무지의 소치이다.
세계 일류대학들은 우리 일류대학의 10배가 넘은 예산을 쓰며 세계적인 교수를 유치하고 최상의 연구 여건을 조성해주고 훌륭한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현행 교육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현재의 평준화제도 근간을 너무 뒤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쟁과 수월성을 높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중학과정까지는 현재의 추첨제를 유지하고 고교과정에선 현재의 추첨제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광역별로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제한적 경쟁의 도입방안이 그 대안이다. 그와 더불어 대학의 특성화ㆍ다양화와 이를 위한 학생선발 및 교육과정 수립에서 자율성 보장과 특단의 재정확대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