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비리 의혹과 아들의 재산축적 문제로 곤경에 처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노동계에 대해 연대의식을 호소하고 나섰다. 12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전날 1천여명의 노동계 지도자들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가진 연설에서 "현재의 상황이 위기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정부와 집권당이 거듭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렬한 환영 속에 연단에 등장한 룰라 대통령은 "노동자당(PT)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어떤 비리 관련 조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위기일지 모르지만 브라질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없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일부의 일탈과 실수로 인한 것이며 이 때문에 PT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폭넓은 연대의식에 바탕으로 둔 노동계의 지지를 당부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노동계 지도자들이 정부의 개혁을 촉구하는 서한을 룰라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열렸으나 실제로는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룰라 대통령에 대한 공공연한 지지대회가 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특히 브라질 최대의 노조 조직인 중앙단일노조(CUT)와 전국노동자연합(CGT)에 소속된 각급 노조 지도자들이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남짓 열린 행사에서 40여분 이상이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노조 지도자들은 룰라 대통령을 위기상황으로 몰고간 언론에 대해 큰 불만을 제기하는 한편 정부에 대해서는 좌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의 방향 전환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PT의 야당의원 매수 의혹 폭로로 초래된 위기는 브라질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국민들의 일치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언론은 비판과 수정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회는 물론 사법부 차원에서도 부패ㆍ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며, 혐의가 드러날 경우 예외없이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혀 개각과 PT 지도부 교체가 이루지고 난 뒤 강도높은 의회조사와 경찰수사가 진행될 것을 예고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