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디지털 기술표준을 중국식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를 통해 독자개발한 '차이나 표준'을 '중화 표준'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휴대폰 제조회사 DB텔,컴퓨터업체 아수스와 화바오컴퓨터,집적회로회사 화방전자 등 대만의 대표적인 전기전자회사 기술 간부 40여명이 지난 5~6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중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차이나 표준'공동개발 방안을 논의했다고 7일 보도했다. 중국측에서는 컴퓨터회사 롄샹,휴대폰메이커 하이신,통신회사 차이나유니콤 관계자와 정보산업부 정부 관료가 참가했다. 이번 회동에서 양측 전자업계 대표들은 중국의 제3세대 이동통신 독자표준인 TD-SCDMA기술을 포함해 저장장치,LCD패널,AV시스템 등에서 기술표준을 통일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선진국 기술과 다른 독자적인 기술 표준들을 만들고 있는 중국은 이 같은 차이나표준을 대만과 함께 개발함으로써 개발비용을 낮추면서 국제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양측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고 싶어하는 정부 입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입장에선 대중 수출을 늘리기 위해 차이나표준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대만 DB텔측은 "중국이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에 독자 표준을 함께 개발하면 외국기업들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기술 표준 통일을 위해서는 이미 선진국 표준을 도입한 대만이 막대한 재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실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기술 통일 논의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경제 통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양측 교역액은 283억달러(30조원)로 5년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만의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는 61억달러에 그쳤으나 최대 수출대상지인 중국과의 무역에선 453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