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은 '타이밍의 미학'이다.


아무리 품질이 좋더라도 제 때 시장에 내놓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한 민간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첨단 하이테크 산업에서 신제품 출시가 6개월 늦어지면 제품 수명주기상 총 잠재이익의 30% 정도가 상실된다고 한다.그래서 기업들은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프로세스 혁신에 목을 매달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팔린 제품을 두고 히트쳤다고 말하지만 히트 상품은 반드시 판매수량만을 기준으로 선정되지 않는다.


상품 자체에 대한 평가, 마케팅에 대한 평가,소비자 관점에서의 평가 등 여러 관점에서 히트상품이 결정된다.


히트상품은 한 기업으로 보면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회생의 밑천이 되기도 한다.


세계 속의 히트상품은 한 나라 경쟁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히트상품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다.


사회 문화의 변화를 정확히 읽을 줄 아는 눈이 히트상품을 결정짓는 데 큰 몫을 한다.


이를 위해 과거 소비 트렌드를 잘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트렌드는 미래의 트렌드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려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의 원리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무조건 일찍 내놓기보다 시장 수요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될 때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떠먹는 요구르트는 85년에 첫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초기엔 소비자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생수 역시 86년도에 첫 제품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 두 제품은 모두 90년대 들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해 성장하게 됐다.


기업은 밀려오는 수요의 파도를 잘 관찰해서 적절한 시기에 탈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서퍼는 첫 번째 파도를 선택하기보다 오래 탈 수 있는 파도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즉,티핑 포인트를 노린다.


티핑 포인트란 유행의 출현,신제품 수요의 폭발적 증가 시점을 의미한다.


1984년 최초의 저렴한 팩스가 도입되었고,그 해 미국에서 약 8만대가 팔려나갔다.


85~86년에 조금씩 판매량이 늘어나다가 87년에는 무려 100만대가 팔려 나갔다.


87년이 팩스의 티핑 포인트였던 것이다.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도약하는 것은 소수의 전파,메시지의 영향력,상황의 힘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변화를 일으키는 소수'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메시지'와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주시장의 디딤돌을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DVD 플레이어는 98년에 출시된 후 초기에는 보급률이 미미했다.


이 때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집단으로 기업의 레이다에 포착된 대상이 바로 신혼부부였다.


이들은 주변의 초기 수용자들에게서 DVD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도 한두 번 들었고 게다가 VTR는 기본적인 혼수품목이었다.


따라서 DVD와 VTR를 하나로 묶은 제품이 출시됐고 이를 바탕으로 DVD 플레이어는 메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박카스,새우깡,칠성사이다,초코파이,하이트 맥주 등은 오랫동안 히트 상품의 지위를 잃지않은 장수상품들이다.


히트 상품 중에는 반짝 상품도 물론 있다.


반짝 인기 상품과는 대조적으로 이들 상품은 적어도 10년 이상 히트상품 반열에서 탈락하지 않고 있다.


이런 장수 상품은 사회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아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기업에 제공해 준다.


히트 상품의 진정한 파괴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해주는 지름길인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