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서 래커차와 차량운반트럭을 생산하는 수성특장.종업원 47명을 거느린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공장 구입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빚을 끌어쓴 뒤 매출액이 정체상태에 빠지자 운전자금에 압박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조건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게 통례. 하지만 신한은행은 대출금 회수 대신 이 회사를 '프리 워크아웃(사전 채무재조정)' 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회사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을 연장해주고 2004년 5억원,올해는 3억원의 단기 운전자금도 지원했다. 회사도 은행의 이같은 지원에 화답했다. 신한은행의 공장일부 매각 제의를 수용해 매각대금으로 차입금 32억원을 상환,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켰다. 덕택에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75억원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은행들의 프리 워크아웃 제도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프리 워크아웃이란 자금난에 몰렸거나 몰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미리 파악해 자금을 조기 지원함으로써 부실화를 방지하는 제도다. 워크아웃이 연체 등 부실이 이미 발생한 경우에 이뤄지는데 비해 프리 워크아웃은 부실의 징후를 미리 포착해 채무 재조정을 해주는 선제적 조치라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지지부진하지만 개별 은행들의 자체적인 프리 워크아웃은 갈수록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경우 자체 프리 워크아웃 제도인 '고객성공 프로그램'을 통해 금년 들어 5월 말까지 총 120개 업체에 4157억원을 지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7개 업체에 70억원을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오덕훈 신한은행 여신심사부 과장은 "프리 워크아웃을 전담하는 조기경보팀을 신설하는 한편 프리 워크아웃 지원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고 투게더 프로그램(Go Together Program)'이란 이름의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운용하는 조흥은행도 지난해 지원 실적은 362억원(15개 업체)에 불과했으나 올해(5개월간) 지원액은 2065억원(34개 업체)으로 급증했다. 조흥은행도 최근 심사팀 내에 프리 워크아웃을 전담하는 'GTP팀'을 신설하고 지원 확대에 나섰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엔 39개 업체에 1264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으나 금년 들어선 다섯 달 새 43개 업체에 1334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지원업체 수가 3월 2개 업체에서 4월 10개,5월 27개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작년 4월 중소기업에 대한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한 이후 1년여 동안 812개 중소기업에 8988억원을 지원했다. 또 1월부터는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프리 워크아웃을 도입,지금까지 997명에게 379억원을 지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다른 은행의 우량 고객을 빼앗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기존 기업고객을 적극 지원해 우량 기업으로 만드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며 "특히 프리 워크아웃은 은행과 기업 간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평생 고객기업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금융시장 분야에 적절한 블루오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