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중국의 외국기업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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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 얘기에 미국인들의 심정이 복잡한 모양이다. 중국해양석유(CNOOC)가 미 석유회사 유노컬 인수를 추진한다고 하자 미 의회가 안보 문제를 제기하고 나왔다. 백악관도 이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시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중국의 미 기업 인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렌샹이 IBM PC부문을 인수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또 하이얼은 미 가전업체 메이텍 인수에 뛰어들었다.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미국은 그렇다 치고 우리 입장에선 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중국이 외자 도입에서 해외투자로 눈을 돌린 것은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중국이 무역대국이고 막대한 외환보유국이란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WTO 가입도 해외투자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중국의 선진국 기업 인수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중국이 위안화 저평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는 선진국들의 비난을 불식시키려고 해외투자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든 해외투자가 그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이는 중국의 자원 확보에 주목한다. 하지만 중국의 기업 인수가 자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뭔가 또 다른 배경도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산업정책의 변화는 눈여겨 볼 만하다. 그동안 중국이 외자 유치에 열심이었던 이유 중에는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 기술도 중국으로 들어와 결국 중국의 것이 되고 말 것이란 큰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고도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가 깨달았음 직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오겠는가. 핵심기술 확보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인수합병이고 보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게 선진국 기업 인수다.
또 한 가지는 중국의 글로벌 대기업 육성 의도가 아닌가 싶다.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수출경쟁력만으로 안 된다는 생각을 중국이 했을 것이고 해외 직접투자는 그 일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중국의 선진국 기업 인수가 이렇듯 산업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면 우리로서도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중국으로 밀려드는 외국인 투자에다 선진국 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 확보가 더해지면 중국의 기술 추격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게 분명하다. 또 중국 글로벌 기업들의 가세는 그 자체가 세계시장 경쟁판도에 무시 못할 변수다. 강 건너 불 구경할 일이 아닌 것이다.
한편으론 중국의 해외투자 수요가 증대하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역시 확대될 여지가 많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대한 수출시장이자 생산기지로서의 중국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도 모색해 볼 만하다.
무엇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세상이다. 그 중에서 중국의 변화는 특히 그렇다. 중국의 공세적 해외투자가 우리의 차세대 성장동력,동북아 허브,외자유치 전략은 물론이고 대중 산업협력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또 우리의 기업정책에 시사하는 바는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