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한나라당의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제출과 관련, "여소야대의 정국하에서 해임건의가 정치적으로 남용될 경우 대통령도 각료도 소신있고 안정된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방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대통령의 고민과 망설임을 오기정치로 몰아붙이기 전에 우리 야당이 너무 자주 해임건의를 꺼내는 것은 아닌지 다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나라치고 우리처럼 문책인사가 잦은 나라도 없고 또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해임건의 제도 자체가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의 정서를 존중해 국방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도 이를 수리하는게 타당하다는 여론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장관과 대통령의 자발적인 판단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국회의 해임건의가 남발되고 그에 떼밀려서 하는 문책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윤 장관을 사실상 유임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29일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법적 책임이든 정치적 책임이든 책임을 물으려면 합리적 인과 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우리 여론은 대통령의 참모와 각료들에게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것은 과학적 인과관계와는 무관한 왕조시대의 책임관에서 연유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마치 국회가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기 위해 헌법에 국회의 각료에 대한 해임건의권을 둔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책임의 의미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윤 국방 교체문제와 관련, "참으로 난감하다"며 "80년대말부터 논의됐지만 지지부진한 국방개혁 과제 추진을 위해 목표와 방향, 진행일정까지 법으로 정해놓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고, 장관에게 이 임무를 맡겨놓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런 불행한 사태에 부닥쳐 버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실제로 인사를 해보면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다시 누구에게 이 일을 맡겨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며 "새로 장관을 임명해도 그 장관이 국정감사, 정기국회를 감당하며 업무를 파악하고 손발을 맞출 진용을 짜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면 국방부는 반년으로는 훨씬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방개혁은 여야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이 아님에도 역대 정부가 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 나름의 장벽이 있고, 이 장벽을 넘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국방개혁에 앞으로 반년은 참으로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힘은 참으로 무서운 것으로 야당이 반대하면 정부여당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한때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해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되었듯이, 야당의 권력도 그것이 너무 클 때에는 절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