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 간 IT(정보기술)산업을 비롯한 신경제 체제는 유가에 높은 내성을 보여왔다.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구 공산권의 개발열기로 원유 수요가 급증하는 동시에,낮은 유가로 원유생산 투자가 부족했던 결과,요즘 한국의 강남 아파트처럼 수요증가와 공급부족이 겹치면서 유가는 불타오르고 있다. (한경 6월21일자 보도) ◆유가 상승은 국제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 초래 경제적으로 유가 상승은 물가를 오르게 하고 이는 다시 금리를 상승시킨다. 특히 미국은 달러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유가가 급등하자 수입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이 결과 물가 안정을 위해 당연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문제는 저금리와 달러 약세로 미국에서 탈출했던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점이다. 올 3월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주가나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던 것은 이 같은 미국으로의 자금 환류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유가 변동은 특정 산업의 원가 변동과 매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미국 경제는 금리가 더 올라갈 경우 소비에 치명타를 주는 동시에 국경 없는 금융자본의 고삐를 풀어버릴 수 있다. ◆신경제와 공급과잉이 만들어낸 유가 상승의 역설 현재 세계 각국은 경제정책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유가가 신(新)고가를 경신함에 따라 3월과 같이 금리를 올려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 불안을 안정시키는 방법과,물가에 대한 부담은 다소 있지만 세계 경제 침체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오히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선택 중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미 물가를 포기하고 경기 부양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스웨덴은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나머지 EU 국가들도 현재의 저금리를 유지할 분위기며,미국은 금리 인상 기조가 조만간 마무리될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 결과 그림과 같이 미국의 금리 전망과 유가와의 동행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하반기에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원유 가격에 내성이 높아진 신경제 효과와 공급 과잉의 경제구조에서 유일한 경기 부양책은 금리 인하를 통한 인위적인 소비 진작밖에 없다는 21세기 경제구조의 한계 때문으로 파악된다. 경제 체질의 변화로 유가 상승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 경기 부양책은 명분을 얻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책이 실시되는 가운데 유가가 안정된다면,올 하반기 세계경기 회복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특히 미국은 부동산 버블논쟁이 가라앉고 주가도 오르면서 소비가 되살아날 수 있다. 최근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유럽증시가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나 한국 주가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기대감 때문이다. ◆유가 안정시까지 자산 시장 관망 필요 그러나 한국은 부동산 버블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도 없고,경기 침체 때문에 올릴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라서 유가 안정시 긍정적 효과는 다소 늦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규제책이나 내수 부양책도 금리 변동을 통한 정책보다는 수급 조절이나 제도 개편을 통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가 안정으로 내수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급격한 자산 이전은 피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을 선호하는 정책방향과 세계경기 회복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주식시장이 좀 더 유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올 하반기 '돈'의 흐름은 유가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