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가 최고로 쳤다는 수련법 중 하나가 역근(易筋)법이다. 이것은 다리 허리 팔 어깨 등을 평소와 반대로 비틀어 해당 근육과 인대를 스트레칭하는 것이다. 쉬운 역근법 중의 하나가 기마자세다. 이렇게 역근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그 부위의 피하지방이 빠르게 연소되며 근육이 강화되고,자극을 가한 부위의 어혈(瘀血)과 탁기가 배출돼 군살까지 빠진다고 한다. 이것은 평소에 우리가 취하는 자세나 사용하는 근육이 대부분 한쪽으로만 쏠려 있기 때문에 근육을 반대로 꼬아주면 건강해진다는 원리다. 우리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나는 너무 바쁘게,단편적으로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느리고 깊은' 마음의 역근 운동으로 생활의 건강을 찾아야 한다. 이 아름다운 여름에 느리고 깊음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나의 휴가지로 좋은 책 몇 권을 들고 떠나자. 먼저 느리다는 것이 무엇인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동문선)에서 피에르 상소는 느림을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느려지자. 먼저 나만의 시간을 내서 발걸음이 닿는 대로,풍경이 부르는 대로 한가로이 거닐어보면 어떨까. 그것은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또 몽상에 한번 빠져보자.우리의 내면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희미하면서도 예민한 의식을 때때로 일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자궁 속의 아늑함,새의 둥지,알속,뱃속,동굴,집,나룻배,벽장속,우리의 집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공간과 시간을 떠나 있는 장소로 나를 빠뜨려보자. 이제 '천천히 걷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길가에 핀 꽃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간 우리는 문제를 쫓아가기에만 급급해 정작 중요한 자신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슬로우 이즈 뷰티풀'(츠지 신이치 지음,빛무리)에서 저자는 슬로(Slow)에는 느리다 또는 천천히라는 뜻만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하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고 한다. 또 뷰티풀,아름다움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보듬어 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빠름의 일상 속에서 흔히 빠지게 되는 다른 이들과의 경쟁이 아닌,느린 흐름 속에 모두를 포용하는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자신만의 시간,휴식에 음악과 향기가 더해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일 잘하는 사람의 휴식 습관'(제임스 요셉 지음,시대의창)에서 저자는 음악과 향기는 신체에 맥박,혈압,호흡,소화,신진대사 촉진 및 치료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자,이제 느려진 나의 생각을 천천히 깊이로 바꾸어보자. 휴가의 반을 '느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보냈다면,그 반은 철학과 함께 자신을 '깊이'있는 세상으로 들여놓는 게 어떨까? 철학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인간 본성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서 모두에게 공통의 소망인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가 GM을 경영한다면'(톰 모리스 지음,예문)에서 저자는 진리(眞),미(美),선(善),통일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느림과 깊이 속에서 조금 부족하다 싶은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놀이동산에서 사람들에게 가려 앞쪽의 공연을 보지 못해 애태우는 어린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방법이 목마를 태우는 것이듯,우리도 앞서 살아간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삶과 행복의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은 침대 머리맡에 항상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다면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다"고 말한 뉴턴의 초상화를 걸어놓았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마이클 겔브 지음,청림출판)에서 우리는 많은 거인들의 어깨를 만난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의 어깨 위에 한번 올라서 보자. 제퍼슨의 왼쪽 어깨는 그가 책과 친했다고 알려준다. 그는 독서를 생활화했으며 자신의 책들을 모두 국가에 기증하면서 바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인 미국 국회도서관의 토대를 만들었다. 토머스 제퍼슨은 결론적으로 "책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의 오른쪽 어깨는 건강을 보여준다. 제퍼슨은 아내보다,그리고 여섯 명의 자녀 가운데 다섯 명보다 더 오래 살았다. 이제 우리는 살아 있는 거인,드러커의 어깨를 빌린다.'현대사회 최고의 철인'이라 불리는 드러커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을 통해 우리를 휴가지에서 일상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해 준다. 그는 '서툰 일에 시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휴가지의 마지막 느림 속에서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자. 그리고 꿈꾸자. 드러커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밖에 바라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 많은 것을 추구하면 같은 노력으로 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내 꿈을 이번 휴가에서 다시 한번 찾아보자.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 느림과 깊이를 찾자. 그것이 우리에게 꿈과 건강을 돌려줄 것이다. 서진영 자의누리 대표 sirh@center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