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 지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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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산업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일본 한국 독일 등 외국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미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디트로이트에서 외국업체들이 포진한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등 남부로 이동하고 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업체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업체,한국 현대자동차 등은 올 들어 미 시장점유율을 43%로 끌어올린 데 이어 생산거점을 확충하며 고용규모를 늘리고 있다. '디트로이트 시대'를 이끌었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경영난으로 잇따라 감원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2일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북부 디트로이트에서 외국차들이 둥지를 튼 '딥사우스(Deep South·최남단)'로 빠르게 남하(南下)하고 있다"고보도했다.
◆'메이드인 아메리카'의 25%는 외제차
올 상반기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40만대로 전체 생산의 25%를 차지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자동차 4대 중 1대는 외국차라는 얘기다. 특히 앨라배마주와 미시시피주를 통칭하는 '딥사우스'는 벤츠 혼다 닛산 현대차 등이 잇따라 조립공장을 설립함에 따라 기존 디트로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자동차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업체들의 고용효과도 두드러진다. 혼다와 벤츠 공장은 지난해 고용인원을 각각 두배씩 늘려 현재 각각 1만2000명과 4000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현대차 공장도 2000명을 채용했다.
미국 국제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외국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 인력 고용규모는 현재 5만4000명에 달한다. GM,포드,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빅3'의 고용인력 25만명에 비하면 아직 5분의1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뚜렷하다.
◆외국업체 '인기 직장'으로 꼽혀
외국업체들은 특히 문을 닫을 염려가 덜해 미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인기 직장으로 꼽힌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공장 근로자 2000명을 모집하는데 무려 3만명이 지원했을 정도다.
급여수준은 미국 '빅3'가 시간당 평균 26달러인 데 반해 외국업체는 24~25달러로 이에 못 미치지만 취업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급료와 복지비용을 합쳐 빅3가 한 사람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시간당 평균 55달러에 이르지만 도요타는 48달러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장가동률은 빅3가 75%인데 반해 도요타는 107%나 돼 그만큼 잔업이 많아 전체 수입은 별로 차이가 없다.
◆주(州)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업체 유치
외국업체들을 축으로 한 미 자동차산업의 재편은 장기 추세가 될 전망이다.
도요타의 경우 내년에 텍사스 공장을 준공하는 데 이어 현재 알칸소주 등에서도 추가로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미국 주 정부들도 고용과 세원 확보를 위해 외국업체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앨라배마주는 1993년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유치하기위해 총 2억6000만달러 상당의 세금 및 토지를 지원했다. 이후에도 혼다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수억달러의 혜택을 줬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