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아우를 사랑하고 아우는 형을 존경하라.그래야 집안은 물론 회사도 탈 없이 성장할 수 있다."


동국제강의 2대 회장인 고 장상태 회장은 두 아들이 어릴 때부터 형제간 우애를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아버지의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겼던 두 형제의 우애는 어느덧 동국제강을 미래 초일류 철강기업으로 이끄는 '우애 경영'으로 발전했다.


고 장 회장은 슬하에 2남3녀를 뒀다.


장세주 회장(52)이 첫째이고,장세욱 전무(43)는 막내다.


장 전무는 아홉살이나 많은 장 회장을 어린 시절부터 형이자 스승으로 대했고,장 회장은 어린 동생을 따뜻하게 보살폈다.


장 회장의 '아우 사랑'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작년 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다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장안에 화제를 몰고왔을 때다.


영화광인 장세주 회장에게 동국제강 임원들이 "형제간 우애가 매우 감동적"이라며 감상을 권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런 영화라면 동생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아 못보겠다"였다.


최근에는 "골프도 비즈니스"라며 동생에게 티를 꽂는 방법부터 타법에 이르기까지 등 다양한 골프 매너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장세주 회장은 업무적으로는 몸소 체득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형태로 '아우 사랑'을 드러낸다.


연세대 공대를 졸업한 뒤 1978년부터 27년간 동국제강에 몸담은 장 회장과 달리 장 전무는 12년 동안 군 생활(육군 소령 예편)을 한 탓에 아직 입사한 지 8년밖에 안 됐다.


육사를 졸업한 장 전무가 1996년 당시 군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아버지와 형을 도와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장 회장은 해외 출장 때마다 장 전무를 대동할 뿐 아니라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 반드시 협의한다.


또 혈기왕성한 장 전무가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내부 혁신작업과 미래비전 설정 등 핵심 업무를 맡기고 있다.


대신 장 회장은 이를 최종 판단하는 일과 대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유일전자 인수 건은 이 같은 역할 분담을 통해 두 형제가 일궈낸 대표적인 합작품.그룹의 전략경영실장을 맡고 있는 장 전무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올초 유일전자 인수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사내에는 '철강 분야에 집중해야지 다른 사업 벌일 때가 아니다'라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장 회장은 고심 끝에 장 전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장 회장이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봐왔던 동생의 판단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앞서 두 형제는 지난해 7월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6개월 가까이 머리를 맞대며 호흡을 맞췄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