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화두는 '재평가(rerating)'이다.


특히 소외됐던 종목이 조명을 받고 있다.


온갖 악재속에서 지수가 1000을 넘나드는 이유는 소외주의 반란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소형주들이 꼬리를 물면서 시장의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것.


적립식펀드를 통해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는 돈과,소외주의 재평가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시장 자체를 리레이팅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강세장의 주도주는 삼성전자도 업종대표주도 아니다.


바로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리레이팅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추격 매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증시격언에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말이 있다.


오르는 종목을 사는 게 움직이지 않는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리레이팅되고 있는 종목들은 대부분 '아직도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워낙 저평가돼있었거나,이익의 증가세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왜 리레이팅인가


종합주가지수 1000은 과거 16년간 높은 산꼭대기였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겨우 몇차례 다다랐던 꿈과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올해 1000을 돌파하자 목표점에 다다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중간 기착지'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데서 기인한다.


우선 한국시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기관이 달라졌다.


적립식펀드로 자금이 시장으로 몰리고,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면서 기관이 시장의 안전판으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적립식펀드로 들어오는 돈은 장기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시장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종목이 많다는 게 주목거리다.


그만큼 상승여력이 커져있다는 뜻이다.


사실 삼성전자 등 몇몇 종목을 제외하면 십여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종목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러나 투명성이 높아지고,주주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투자매력은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다.


◆신고가 릴레이는 계속된다


신고가를 내는 종목의 유형은 두가지다.


장기박스권에 머물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또다시 박스권을 형성했다가 주가가 오르는 계단식 상승형이다.


롯데칠성 농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45도'형 종목이 주목받는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매일 꾸준하게 오르면서 주가그래프가 우상향으로 45도 각도를 그리고 있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삼천리,오뚜기 등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어떤 유형이든 공통점은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이다.


올들어 신고가를 내는 종목의 대부분이 중소형주라는 게 이를 방증한다.


예를 들어 지난 17일에만 유가증권(거래소)시장에서는 무려 49개 종목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15일엔 22개,16일엔 35개가 새 기록을 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매일 30개 안팎의 신고가 종목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업종대표주가 아닌 2등주다.


또 예전에 IT주만 오르던 것처럼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도 않는다.


내수주·금융주 등 골고루 분산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같은 종목으로 한국전력·삼천리(에너지), 코리안리(보험), 한미약품·동아제약·유한양행(제약), 농심·오뚜기·빙그레(식음료), 신세계·현대백화점·태평양(유통 및 화학), 대교·메가스터디·KCC(건설 및 교육) 등이 꼽힌다.


그동안 주가 변동이 없어 시장 관심주에서 소외되기 일쑤였지만 최근 재평가 흐름을 타고 면모를 일신할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거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 우량주가 신고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과거 가격에 대한 부담을 떨쳐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도 크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