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백가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수수료 인하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은행 등과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찾기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한쪽에선 자산관리를,또 다른 한쪽에선 전통적인 주식중개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 M&A(인수합병)중개 등 투자은행(IB) 업무에 힘을 쏟겠다는 회사도 나온다. ◆증시는 활황,증권사는 불황 2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협회에 가입해 있는 41개 증권사 임직원 수는 2만8880명으로 작년 말에 비해 1000여명이나 줄었다. 최근 대한투자신탁 서울증권 등에서 200여명의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증권업계를 떠난 증권맨들은 1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증권사가 운영하는 점포도 지난 2002년 말 1627개에서 지난해 말 1421개로 3년 동안 12.6%나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의 외형이 이처럼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전통적 수익기반인 주식거래 수수료가 줄고 있는데도 이를 대체할 만한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55%로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수수료율은 해마다 떨어져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지속되면서 평균 주식거래 수수료율은 2003년 0.17%에서 지난해 0.16%로 줄었다. 수익증권 수수료율은 0.59%에서 0.38%로 감소했다. 이 여파로 2004 회계연도에도 국내 42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고작 467억원에 그쳤고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13개사가 무더기로 적자를 냈다. ◆생존방식은 제각각 은행 보험 등과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대형사들은 대부분 IB와 자산관리 업무를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채권발행,M&A중개 및 컨설팅 등을 통해 국내 IB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목표 아래 자산관리 영업인력도 현재의 300여명에서 700명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자산관리 IB 위탁매매의 비율을 동등하게 가져가겠다는 게 단기적 목표다. SK생명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도 IB 업무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IB 업무가 외국계에 밀리는 데다 국내 시장규모도 크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대형사 중에선 삼성증권이 PB서비스에,대우증권은 법인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중소형사 중에서 보험과 은행 계열사가 있는 교보증권과 하나증권이 IB업무에 특화할 방침이다. 교보증권은 구조금융(Structured Finance),하나증권은 M&A중개 업무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동부증권은 채권판매,한누리투자증권은 법인영업,신영증권은 자산관리,한화증권은 PB서비스,유화증권은 자기매매 등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 세종 브릿지증권 등 중소형사들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이 같은 전문화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연구원 조성훈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회사별로 서로 다른 사업모델을 강화하는 것은 과당경쟁을 줄이고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