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대해 적극 논의를 한 것으로 드러나 이산가족들의 한(恨)이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화상상봉 제안에 대해 "매우 흥미롭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며 당장 8ㆍ15 때 추진해보자, 시간이 짧아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해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두 발 앞선 의견을 내놨다. 화상상봉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남측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이산가족의 화상대화를 꾸준히 제안해 왔으며 나름대로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 지금이라도 당장 북쪽으로 이산가족들의 이미지를 쏘아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정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해 4월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6천명 가량의 상봉이 이뤄졌으나 12만 이산가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 나머지 11만여명이 화상상봉이라도 할 수 있도록 남북협력기금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법 제정까지 약속했고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인 같은 해 7월 남북협력기금 확대에 대해 언급하면서 "더욱 많은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화상상봉과 서신교환 재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도 "몸이 불편한 이산가족을 위해 화상상봉을 비롯해 상봉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화상 만남 방안이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고령 이산가족이 하루 10명 꼴로 타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이산가족의 영상을 제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4월부터 이산가족 찾기를 신청한 10만여명의 이산가족들에게 안내문 을 보내 신청을 받은 후 5월부터 직접 방문을 통한 촬영작업에 들어갔다. 이렇게 제작된 동영상은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비디오테이프로 북측 가족에게 전달하며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도 비치한다는 계획이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12일 '이산가족 영상편지' 시연회까지 마련했고 향후 영상편지 4천편을 제작해 DB화한 뒤 오는 8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한다는 '이산가족 종합영상 정보시스템' 발전 방안도 내놨다. 북한의 웹사이트인 조선인포뱅크는 최근 해외동포들로부터 e-메일을 받아 북한에 사는 가족의 소식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실시키로 했다. 북측의 가족 및 고향 소식을 알고 싶은 사람이 'chosun@dprkorea.com'으로 e-메 일을 보내면 관련 소식을 제공한다는 것이 조선인포뱅크측의 설명이다. 다만 북측이 원거리 동영상 서비스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라는 대외적인 환경과 남북의 의지 확인이라는 내적 조건이 충분히 갖춰진 만큼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