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그를 만나 본 이들이 한결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김 위원장과 면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즉석에서 해야 할 문제를 직접 결단하고 지시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장관은 또 "면담 분위기가 매우 진지하고 솔직했다"면서 "따뜻한 분위기에서 대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께 특별한 안부인사를 전해줄 것을 거듭거듭 요청했고 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전한 이는 정 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2000년 6ㆍ15 정상회담 직후 일본에서 열린 기자클럽 초청 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화통하고 자상하면서도 서방세계에서 국회, 언론, 선거를 통해 단련된 것처럼 정치적 감각이 특별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실체'가 여지 없이 드러난 계기는 물론 6ㆍ15 정상회담이었다. 그는 17살 연장자인 김 전 대통령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깍듯이 예우함으로써 겸손한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이어진 회담에서 재치있는 말솜씨로 자신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놨다. 사실 이전 김 위원장의 이미지는 까다롭고 소심한 성격, 거만하고 괴팍스러우며 신경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6ㆍ15 정상회담 당시 그의 행동거지는 이런 왜곡된 모습을 180도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신을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한 외국언론 보도를 겨 냥해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은둔생활에서 해방됐다, 김대통령에게 감사 드린다" 는 농담까지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2002년 5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도 그의 '통 큰' 스타일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김 위원장과 면담 분위기를 전하면서 "대화하기 편한 상대"라고 평한 뒤 "내가 제안한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원시원하게 이런 문제는 이렇고 저런 문제는 저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의 이산가족 화상상봉 제안에 대해 "매우 흥미롭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며 8ㆍ15 때 당장 추진해보자며 다시 한 번 시원스런 대답을 내놨다. 물론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이 모두 좋은 인물평만 내린 것은 아니다. 2002년 9월 북ㆍ일 정상회담을 지켜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김정일 총서기(총비서)는 확실히 머리가 좋고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훌륭한 인물이냐 하면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