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펀드 뭘 사는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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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외국계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 국적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대 큰손인 미국계는 증시 등락에 관계 없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두 번째 큰손인 영국계 투자자들은 최근 매도세를 대폭 강화해 대조적이다.
또 헤지펀드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조세회피지역 투자자들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계 사고,영국계 팔고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자들은 지난달 거래소시장에서 156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미국계 투자자들은 올 들어 5개월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가며 모두 1조59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계 투자자 전체가 순매수한 금액(2602억원)보다 6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에 비해 영국계 투자자들은 올 들어 380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2월에는 매달 1300억~1400억원가량을 샀지만 이후 매도세로 전환,3개월 연속 주식을 팔았다.
특히 지난 3월에 1999억원,4월에 1341억원이던 순매도 금액이 5월 들어서는 316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케이맨군도 등 조세회피지역 투자자들은 올해 전체적으로는 13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월별로는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자금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는 "미국계는 중장기 뮤추얼 펀드가 많아 시황보다는 기업가치에 근거해 장기 투자하는 반면 영국계나 조세회피지역 투자자는 경기 동향이나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계 사는 종목에 관심
결국 무조건적인 외국인 따라하기보다는 미국계 투자자가 사는 종목으로 관심 대상을 압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계 투자자들이 지난 5~6월 거래소시장에서 5% 이상 지분을 신규 취득하거나 보유 지분을 늘린 종목은 모두 13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그룹인 피델리티 계열 '피델리티저가주펀드'가 신세계건설과 경동도시가스 지분을 8~9%대로 높인 것을 비롯해 캐피털그룹 계열 CRMC가 제일모직 지분 6.57%,씨티그룹글로벌마켓이 금비 지분 6.91%를 각각 확보했다.
특히 미국계 투자자 가운데는 트위디브라우니컴퍼니 리먼브러더스커스터머 등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처음 등장한 '새얼굴'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피델리티 캐피털그룹 등 전통적 투자세력에 이어 신흥 미국계 펀드가 국내 증시로 몰려오면서 수급 여건 개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계 투자자는 모두 장기 투자를 한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계 GMO펀드는 지난 1월 말 한진중공업 지분 5.77%를 장내에서 매입했지만 조선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자 지난달 말에는 보유 지분을 4.40%로 낮췄다.
종목별 매매 동향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