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이나 '극장전' 등 기존의 와이드릴리스 배급 방식을 탈피해 소규모 장기 상영을 노리고 있는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개관 규모로 개봉했던 영화 '활'(제작 김기덕 필름)이 2천명을 채 넘지 못한 관객을 동원하며 참패한 데 이어 3주차 상영을 맞은 '극장전'(제작 전원사, MK2)도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들 두 편의 영화는 기존의 대형 배급방식을 벗어나 적은 수의 스크린과 프린트, 비교적 적은 액수의 마케팅비를 사용하는 대안적인 배급 방식으로 관심을 끌어왔다. '비용을 고려할 때 적은 스크린 수의 상영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김기덕 감독의 의도대로 지난달 12일 서울과 부산 1개관씩에서 개봉했던 '활'은 첫 1주일간 1천22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런대로 선전을 했지만 결국 2주차 상영을 끝으로 극장 상영을 중단해야 했다. 총 동원한 관객 수는 1천643명. 장기 상영 예정이었던 극장측의 갑작스런 계획 변경이 걸림돌이었다.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극장전' 역시 29개 스크린에서 선보여 10일까지 2주일동안 3만6천여명을 극장에 모으며 고전하고 있다. 순제작비 8억원에 대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22만명이 관람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개봉 전부터 대중성의 차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영화는 서울 10개를 비롯해 전국 29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대부분의 극장에서 2주 혹은 3주 상영을 보장받았으며 프린트 비용을 포함해 3억원의 홍보마케팅비용을 지출했다. 기대에 못미친 성적에 대해 마케팅팀은 "새로운 배급 방식에 대한 시행착오"라고 분석하고 있다. 마케팅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와이드릴리스 방식에 익숙해 원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특정 극장에 일부러 찾아가는 관객들이 많지 않았다. 기존의 영화들과 '다른' 영화를 찾으려는 관객들의 층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홍 감독의 영화가 강세를 띠는 서울 지역에서의 공략이 부족했던 것과 많아진 광고 경로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등을 고전 요인으로 설명했다. 일단 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극장전'은 새로운 배급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가능하게 한다. 우선 관객 감소율이 20% 안팎으로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기 상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서울 지역에서의 상대적으로 좋은 반응은 향후 배급의 규모 자체보다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보완을 추가한다면 성공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이들 영화들의 '절반 가까운' 성공을 바탕으로 '녹색의자'(제작 합동영화사)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수입 튜브엔터테인먼트) 등의 영화가 소규모 개봉의 '작은 대박'을 노리고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영화가 노리는 것 역시 적은 마케팅비와 스크린 수, 그리고 장기 상영이다. 서울 종로의 시네코아 등 6개 스크린 규모에서 선보이는 일본 영화 '...버터플라이'는 감독 이와이 슌지의 팬층을 겨냥하며 흥행을 노리고 있다. 5천여만원의 적은 홍보비용을 들이며 최대한의 배급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수입사는 이와이 슌지 감독에 대한 호평을 내세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나 '아무도 모른다' 같은 '작은 영화'들의 조용한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버터플라이'는 시네코아에서 단관개봉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다른 세 편의 영화와 함께 선보인다. 전국 8개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녹색의자' 역시 장기화 전략으로 소규모의 '대박'을 겨냥하고 있다. 10대 소년과 30대 여자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중견 박철수 감독의 이름값이 1만명대 이상의 관객 동원을 노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