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비켜가기 위해 미국 시장에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기부금 예산을 증액하는가 하면,집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인사들과도 접촉 빈도를 늘리며 정치권과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등 부심하고 있다. 최근 도요타가 미국 내 하이브리드 카 생산계획을 발표하면서 북미 본사가 있는 뉴욕을 놔두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두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5월30일자)에서 "미국 정치권의 시야 안에 머무르면서 통상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치적 제스처"라며 "도요타가 미 정치권과의 거리좁히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우려 도요타의 이 같은 잠행은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이 고사위기인 데 반해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아시아차 중 1위인 자사에 비판적인 여론이 집중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당시 지명도가 높았던 오토바이업체 할리데이비슨이 혼다 야마하 등 일본업체에 시장을 뺏겨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지자 '국민 브랜드 살리기 운동'이 일면서 일본 오토바이 수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이는 또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강제로' 절상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이익을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미국 사회에 내는 기부금을 오는 2007년까지 지난해보다 50% 많은 50억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GE,존슨앤드존슨,P&G 등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업의 기부 행태를 분석,장기적으로 이익의 1%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34억엔을 교육기관과 지역 사회에 기부했다. 특히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현지 기업으로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돈의 절반을 이민자 영어 교육 사업에 투입했다. 지난 4월 GM의 회사채 등급이 정크본드로 강등됐을 때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직접 나서 미국에서 거의 독주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GM에 제공하고 신차 출시 가격도 자진해서 올려 운신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상생방안을 제시했던 것도 미 여론을 감싸안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 정평이다. ◆현지생산 확충 이 회사는 지난달 말 2010년까지 북미에 소형차 생산공장 두 개를 추가로 지어 전 차종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시장 다음으로 총력을 기울일 시장으로 미국을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통상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관세 인상이나 수입 제한 등 향후 있을지 모를 무역 보복조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도요타는 2008년까지 북미 생산 능력을 지금보다 100만대 많은 250만대로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에서 팔리는 모든 차종을 현지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북미사업을 확충하는 동시에 미 경제의 최대 고민인 일자리수를 늘려 사실상의 '국산차'로 인정받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