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세대와 9세대 LCD기판 규격을 동시에 전격 발표,향후 대형 LCD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전 세계적으로 8세대 규격을 발표하기는 일본 샤프에 이어 삼성전자가 두 번째 이며 9세대 규격을 공개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7세대에 이어 차세대 대형 LCD 시장의 표준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전문 심포지엄인 'SID 2005' 기조연설을 통해 8세대 기판 규격을 2160×2460mm,9세대 기판은 2400×2800mm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향후 8세대 기판에서 46인치 기준 8장,52인치 기준 6장의 패널을 각각 생산할 수 있으며 9세대 기판에서는 40인치 12장,52인치 8장,57인치 6장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규격 발표는 기존 40,46인치 패널에 이어 52,57인치 패널 표준화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8세대 기판 규격을 공개한 것은 샤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샤프의 8세대 규격과 같은 크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샤프는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2160×2400mm'의 8세대 기판 규격을 발표한 뒤 내부적으로 기판 크기를 삼성전자와 똑같은 '2160×2460mm'로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샤프는 전세계 LCD-TV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이며 삼성전자는 2위,삼성전자와 'S-LCD'에 합작투자한 소니가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LCD 규격 표준은 TV 세트업체들이 어떤 규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표준경쟁에서 밀리는 패널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7세대의 경우 삼성과 소니가 합작공장인 'S-LCD'를 통해 40인치와 46인치 패널을 양산하는 반면 LG필립스LCD와 AUO,CMO 등은 42인치와 47인치 패널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샤프,소니 등 TV세트업체들과 같은 기판 규격을 채택함에 따라 향후 시장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8세대와 9세대의 양산 일정과 투자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양산일정·투입비용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통상 LCD 세대 교체에 2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8세대 양산시기는 이르면 2007년 상반기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S-LCD의 7-1라인과 7-2라인에 각각 3조원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할 때 8세대와 9세대 공장에는 각각 4조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상완 사장은 이날 연설에서 LCD TV 시장의 성장을 '제3의 물결'로 표현하면서 오는 2010년까지 LCD TV 시장이 연간 1억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은 "2010년 연 1억대의 LCD TV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비 개발비용과 생산원가 절감,납기 단축 등을 위해 업계 전체가 규격 표준화에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