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간부들의 잇단 비리혐의 수사로 노동계가 상처 투성이가 되면서 노동현안도 점점 꼬여가고 있다. 노동계가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던 비정규직법은 물론 정부가 추진중인 노사정위원회 개편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등에 대한 논의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느나 노ㆍ사나 노ㆍ정간 신뢰를 쌓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화의 주축이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수사확대…꼬여가는 노동현안= 노조 간부 비리 수사가 확대되는 등 노동계가 수세에 몰리면서 노동현안들도 꼬여가고 있다. 노사정이 국회에서 실무협상을 통해 일부 의견 접근을 이룬 비정규직법안을 비롯해 노사정위원회 개편, 노사관계 선진화 논의 등 현안들이 한국노총의 `내환'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어렵사리 복원된 노사정 대화도 지난 4월부터 이달초까지 `반짝'했다가 노동계 비리사태라는 암초를 만나 전진의 기회를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오만 전 사무총장에 대한 수사로 미뤄진 노사정위원회 실무운영위원회도 이번주에 이어 다음주에도 비공식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한국노총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경우 대화 당사자에 대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가 잇단 비리로 타격을 받고 있지만 노동현안은 현안대로 정부나 사측과 함께 논의해나갈 것"이라며 "하지만 노동운동의 도덕성 추락으로 인한 입지 약화로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플랜트노조 등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등도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법 노사정 추가 논의 불투명= 지난 4월 국회 처리가 무산된 비정규직법안은 추가 논의가 불투명한 가운데 다시 6월 국회를 맞게 됐다. 비정규직법안 논의는 지난달부터 이달초까지 11차례에 걸친 노사정 실무협상에서 일괄 타결에 실패, `미합의 문제에 대한 추후 노사정대표자 논의'를 기약했으나 이 마저 성사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노동부와 재계는 지난 협상을 통해 충분히 논의했고 실무협상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부분을 대표자간 논의에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노사정 논의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최근 잇단 전현직 간부들의 비리혐의로 수세에 몰리고 있어 노사정 대화에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국회 주도의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정부와 여당의 `비정규직법 6월 국회 처리' 의지도 원활한 성사를 장담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추가 논의가 주변 여건 악화로 표류하고 있다"면서 "27일로 예정된 노사정위원장 초청 빔 콕 네덜란드 전 총리와의 노사정대표자 만찬에서 추후 일정에 대한 대략적인 얘기가 오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사정위 개편ㆍ로드맵에도 `먹구름'= 비정규직법 이외에 노사정 대화를 기다리고 있는 노동현안들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는 노사정대표자 회의의 경우 지난달초 8개월만에 복원되긴 했으나 해묵은 노사정위 개편문제와 로드맵 논의는 `선결 과제'인 비정규직법 논의 지연으로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노사정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법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으면 다른 현안에 대해 논의해봤자 갈등만 쌓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계가 검찰 수사 등으로 내부 문제에 몰두하고 있어 노동현안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노동계가 내부문제를 정비하고 숨고르기 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논의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원배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약속한대로 비정규직문제와 별도로 노사정위 개편문제와 로드맵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노동계 비리사건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긴 했지만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