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그린스펀 효과 VS 박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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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외신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같은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에 따른 영향인 데도 어떤 사람은'효과(Greenspan effect)'라 하고 어떤 사람은'충격(Park's shock)'이라고 부르냐에 대해서다.
일각에서는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관련이 있는 사람은 한번쯤 곱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외신기자에 따르면 자신은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익숙해져 있는 내생변수라면 '효과'로,시장에 익숙지 않는 외생변수라면 '충격'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이는 중요한 지적이다.
어떤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가정이나 모형을 설정할 때 특정 변수의 내부화 여부는 그 변수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커야 하고 인과관계가 정형화돼 있어야 한다.
또 도출된 결론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그동안 국제금융 시장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만큼 영향력이 큰 변수는 없을 듯하다.
어떤 경제해설이든 간에 그린스펀 어록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영향력면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을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부를 정도로 막강하다.
반면 아직까지 박승 총재는 시장참여자들에게 그린스펀 의장보다는 관심권 밖의 사람이다.
심지어 국내 금융시장 참여자들조차도 한은의 고유 권한인 콜금리 변경에 대한 박 총재의 발언보다는 그린스펀 의장의 연방기금금리에 대한 언급에 더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또 특정 변수가 내부화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해야 하고 발언에 따른 영향이 일의적이어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으나 그린스펀 의장의 일정은 대부분 공개돼 있고 금리변경과 같은 중요한 정책결정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모든 발언도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설령 명확하지 않다 하더라도 해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그린스펀 발언(예:금리인상 시사)에 따른 영향(주가 하락)은 정형화돼 있는 상태다.
이 점에 대해 박 총재도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시장의 평가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정책에 대해 민감하게 다루는 외국언론사와 그것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문제를 사전 예고 없이 언급한 게 대표적인 예다.
후에 해명하는 것은 계량모형에 있어서는 가변수(dummy)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든,발언에 따른 영향이든 간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 기준은 신뢰의 문제인데 중앙은행 총재가 말을 했으면 지켜야 하고,예측과 관련된 발언은 어느 정도 맞아야 신뢰가 생긴다.
취임 이래로 그린스펀 의장은 말을 아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수치를 들어 언급한 사례는 드물다.
반면 박 총재의 우리 경제전망은'오럴 해저드 혹은 오럴 리스크'라 불릴 만큼 쉽게 번복하고 실적치와도 괴리가 심하다.
따라서 박 총재의 발언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충격(Park' shock)'이 아니라 '효과(Park' effect)'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발언이 시장친화적이어야 하고,정형화돼 있어야 하며 정확한 예측력을 바탕으로 시장참여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충격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시장참여자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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