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제너럴모터스(GM) 후폭풍'으로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지속적인 부품가격 인하 압력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이들 업체들은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로 떨어진 데 따라 자금조달난까지 겹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이 GM과 포드와 연계된 신용등급이 부여되는 이들 업체에 대해 잇따라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를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USA투데이는 18일 "GM과 포드 신용등급 추락의 여파가 자동차 부품업체에 밀어닥쳐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들의 자구노력을 보도했다. ◆정크본드 추락 후폭풍 부품업체들의 자금조달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차량 바닥 재료 등을 생산하는 콜린스&아이크만은 지난주 자사의 은행 크레디트라인이 7000만달러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GM과 포드가 정크본드 신세가 되면서 이들 업체에서 받는 구매대금을 '담보'로 활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콜린스&아이크만은 결국 17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낮췄다. 규모가 큰 부품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의 부품업체 델파이도 크레디트라인이 4000만달러 축소되는 타격을 입었다. 델파이에 이어 2위 업체인 비스테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비스테온은 지난주 구체적인 크레디트라인 감소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에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부품가격 인하 압력 문제는 부품업체들이 자금조달에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철강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은 부품업체들에 엄청난 원가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량이 줄어 일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본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을 의식,지속적으로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부품업체들이 최악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콜린스&아이크만의 경우 지난해 매출(39억달러)의 약 75%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3개 업체에서 벌어들였다. 다른 부품업체들도 대부분 '빅3'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콜린스&아이크만 외에도 6~7개 업체가 최근 9개월 동안 파산보호를 선택했다. ◆부품업계 재편 불가피 부품업체들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GM과 포드의 생산량 감소가 매출 급감으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GM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생산량을 7.8% 줄였다. 포드도 자동차 생산량을 13%나 낮췄다. 델파이는 올해 GM의 생산량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6~8%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생산감소는 델파이 매출을 9억~11억달러 낮추는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USA투데이와 FT는 부품업체들이 GM과 포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생존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부품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FT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자동차 부품업체 판도가 세계시장을 상대할 수 있는 100~150개의 규모 있는 부품업체로 재편될것으로 예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