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한국은행의 영문 약자)발 쇼크'로 국내외 외환시장이 또 한번 출렁였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난 18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은이 더 이상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하자 뉴욕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국 통화들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 이 영향으로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수직하락,한때 1000원선을 밑돌기도 했다. 한은은 즉각 "FT의 보도내용은 와전된 것"이라며 "한은은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고려대에서 열린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컨퍼런스 개막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이 급변하면 정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등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며 한은의 진화작업을 거들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오후들어 반등하기 시작,전날보다 20전 내리는데 그친 1005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급락한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당국은 이날 10억달러(약 1조원)를 시장에서 거둬들인 것으로 외환 딜러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해프닝은 지난 2월 발생했던 'BOK 쇼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에 충분한 사건이라는 게 외환시장의 반응이다. 한은은 지난 2월말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외환보유액의 운용과 관련해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문구를 집어 넣었고, 이 같은 사실이 외신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매각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돼 환율이 급락했었다. 이날의 두번째 해프닝에 대해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5%룰(주식 대량보유 목적 보고 제도)' 관련 보도로 물의를 빚었던 FT가 또 한차례 무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박 총재가 인터뷰에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도 과거처럼 많지 않아 앞으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do not anticipate)"고 말했는 데도 FT는 박 총재의 이 발언을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will not)"는 뜻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총재가 조심스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환딜러는 "박 총재가 개별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원칙을 깨고 굳이 FT에 그런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4위 외환보유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박 총재의 발언은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부 편파적인 외신보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갖게 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한 홍보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과만 놓고 보면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형국이 된 셈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