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장품 정품을 구매하면서 판촉용 샘플 제품을 받아보신적 아마 있으실겁니다. 그런데 비매품인 샘플 제품이 판매제품으로 둔갑한채 공공연히 가격이 매겨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취재기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한정연 기자, 화장품 샘플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판매가 되고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박 앵커께서는 혹시 화장품 샘플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우연한 기회에 이 사실을 알게되어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화장품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오랜 관행이 되어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었습니다. S) 보통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종합화장품매장에서는 주로 '여행용 세트'로 묶어져 판매되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판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샘플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거래상들도 여럿 존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샘플이면 비매품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제품들을 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지요? [기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화장품 샘플들이 판매가 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자처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태평양 설화수 제품의 샘플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태평양은 국내 최대의 화장품 회사로서 시장점유율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화장품 유통질서 확립에도 앞장서야 할 책임도 어느정도 있습니다. 이에따라 기자가 태평양에 샘플 판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S) 태평양에서는 샘플은 정품 판매시 판촉용으로 증정하는 용도 이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도·소매상들이 편법으로 판매한다고 해명했습니다. S) 게다가 일일히 찾아내 제재를 가하기 힘든 상태에서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는 샘플판매자들을 일일히 찾아내 제재를 가하기 힘들다며 견본품 판매 단속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와 경매 혹은 공동구매 사이트를 한 번만 뒤져봐도 샘플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앵커] 본사 제품이 유통질서를 흐트러뜨리면서 판매되고 있지만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군요. 그런데 이런 샘플 판매가 얼핏 생각하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법적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 [기자] 대부분 공정거래에 위반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샘플 판매는 수요자가 그 제품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판매자로부터 사들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어떤 법률로도 제재할 근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S)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문의를 한 결과 "본회에서는 샘플판매를 제재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자사 상품이 그처럼 거래되고 있는 것을 제재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처벌 근거가 없는 점을 이용한 도매상의 샘플 판매 규모는 확대되고 있으며 더욱이 화장품 회사 쪽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샘플판매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INT 화장품 샘플 판매업자] "태평양에서도 모르지는 않을 거다. 제재가 안되는 걸로 알고 있으며 특별히 팔지 말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앵커] 그렇다면 비매품 판매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는 샘플을 팔지 않는 쪽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특히 방문판매업자들의 경우 샘플 판매를 철저히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에서 견본품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상황에서는 판촉용으로 사용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한 방문판매업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INT 화장품 방문판매업자] "우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다. 발품을 팔아가며 제품을 팔고 있는데 누구는 집에서 편하게 인터넷으로 샘플만 팔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팔지 않아야할 화장품 견본품의 판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이를 제재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화장품 샘플 판매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유통질서를 혼란시킨다는 점을 화장품 회사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