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자리잡은 에이테크솔루션 공장.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구매그룹의 박문규 과장은 60인치 이상의 대형 TV 사출금형 공장 내부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금형제작과 플라스틱 사출과정을 들여다보면서 가끔 근로자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 과장이 협력사인 에이테크솔루션을 찾은 이유는 구매 상담이나 품질 체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금형공정 실습 프로그램을 받기 위해 5주짜리 교육을 받으러 온 것이다.그는 이곳에서 각종 이론을 배우며 협력사의 제조공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에이테크솔루션은 월평균 5명 안팎의 삼성전자 직원들을 이런 식으로 교육한다.지난해엔 100명의 삼성 직원이 다녀갔다.


박 과장은 "완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이 금형 초기 단계의 디자인에서 결정된다는 얘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구매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향후 협력사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에이테크솔루션은 2001년 삼성전자 내 수원 구미 광주 사업장에서 금형사업부를 분리해 만든 회사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지만 판매 경험 없이 출발한 조직인 데다 수출망도 갖추지 못해 분사 초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헝가리 등의 해외법인을 동원해 TV와 생활가전 사업에 필요한 금형을 집중적으로 발주했다.


분사된 회사를 돕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품질 가격 납기 등 우량 협력사의 3박자를 갖춘 회사를 중점 육성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에이테크솔루션의 삼성전자 해외 공급 금액은 2002년 45억원,2003년 5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8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이 회사의 수출까지 대행하고 나섰다.


그 결과 에이테크솔루션은 작년 총 7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로서도 물류 운송비가 큰 TV용 사출 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해외 공장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긴밀한 협력관계가 구축되자 삼성전자 LCD총괄 사업부는 지난해 25억원을 투자,LCD용 몰드프레임을 독점 발주하는 데 이르렀다.


유영목 에이테크솔루션 사장은 "그동안 태국과 멕시코 등에 법인을 설립하고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처럼 삼성전자로부터 수출 지원을 받는 협력사는 400여개사.작년 수출대행 실적은 4293억원(379개 업체)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수출 대행시 협력사에서 부품을 직접 받아 국내 생산용 부품과 동일한 현금결제 방식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또 자사의 수출망과 물류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협력사의 수출 비용 최소화와 납기 단축을 돕고 있다.


선진기술을 알기 위한 세미나와 해외 선진 업체들과의 교류도 알선해 준다.


삼원금형정공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작년 11월 일본 업체로부터 상당 규모의 금형을 수주했다.


삼성전자는 또 협력사가 자사와 동일한 가격으로 부품이나 자재를 수입할 수 있도록 업무를 대행해 주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75개사가 6000억원어치의 수입 물량을 맡겼다.


여기서 발생한 원가 절감액만 3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컴퓨터 케이스를 제조하는 컴윈스의 경우 삼성전자 글로벌 구매센터의 도움을 받아 중국과 대만 등으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안심하고 조달하는 케이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협력사를 관리하는 패턴이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요즘은 지원·육성을 위한 쌍방향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용어도 '관리'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원스톱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