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50
수정2006.04.02 23:52
창업 후 3년 동안 매출은 전혀 없이 32억원의 누적 손실을 낸 회사가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의 '기술평가인증서'만으로 아무런 담보 없이 1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기보가 도입한 기술평가인증 제도의 첫 사례로 국내 금융권의 대출관행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골프카 등 전기자동차 개발업체인 씨티자동차에 10억원을 대출해 줬다.
10억원 중 8억원에 대해선 기보가 보증서를 발급했으며 나머지 2억원은 우리은행이 순수 신용으로 대출했다.
씨티자동차는 지난 2002년 2월 설립된 후 작년말까지 매출액은 전혀 없고 누적 결손만 31억9500만원을 기록한 회사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10억원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기보와 우리은행이 올 2월 도입한 '기술평가인증제도' 덕분이었다.
이 제도는 담보는 없지만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기보가 '기술평가인증서'를 발급해 주면 은행이 이를 근거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기보는 객관적인 기술평가를 위해 공학박사 61명을 포함,19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평가단은 기술의 미래가치 등을 따져 대출가능 금액 등을 명시한 기술평가인증서를 발급한다.
이 제도의 ‘제1호 기업’으로 선정된 씨티자동차의 대출금리는 6개월 변동금리로 현재 연 6.2% 수준이다.
만기는 1년이지만 5년 동안 연장할 수 있다.
기보는 기술평가인증제도의 확산을 위해 현재 업무협약을 맺은 우리 기업 하나 산업 대구 부산은행 외에 제휴대상을 모든 은행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편 씨티자동차는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이영기 전 현대차 수출본부장 등 현대맨들이 설립한 회사이며 종업원 27명으로 전기자동차와 이륜자동차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 3년간 연구개발에만 몰두해 왔으며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당장 선보일 자동차는 골프카로 올해 5인승(내수용) 400대와 2인승(수출용) 500대를 시판,98억원의 매출과 2억6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군인공제회가 올해 완공하는 골프장 3곳에 이미 납품계약을 마쳤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