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때아닌 '짝짓기 바람'이 불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합당이나 정책연대가 이뤄지는 게 과거 전례지만 이번에는 대선을 무려 2년반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합종연횡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기선을 잡는 게 대권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측이 민주당에 공개 '러브콜'을 보내면서 가시화된 연대설은 현재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론,민주당과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신당의 연대,한나라당과 자민련 중심의 보수세력 연대 등 대체로 세 갈래로 압축된다. ◆여-민주 합당론=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논의는 일단 여당쪽에서 불을 지피는 상황이다. 문희상 의장이 4·30 선거참패 직후 "민주당과의 통합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밝힌 데 이어 정세균 원내대표도 "민주당과는 형제당과 마찬가지"라고 합당론에 힘을 실었다. 물론 양당간 합당론은 민주당은 물론 여당 내 개혁파의 강한 반발로 일단 벽에 부딪친 상황이라 조기 성사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당론의 근저에는 똑같이 호남에 기반을 둔 두 당이 선거에서 각각 후보를 내세워서는 선거필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여당 내부의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민주당과 신당 연대=민주당과 심대평 지사가 주도하는 신당측의 연대는 양측이 우호적인 화답을 주고받는 형국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심 지사가 잇달아 연대가능성을 타진했다. 두 당 모두 현 정치구도에서 독자생존은 어렵다는 한계가 연대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거대당에 흡수되는 것을 피하면서 나름의 정치영향력을 키우는 데는 지역연합 형식의 연대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두 당 모두 인정하는 상황이라 성사가능성이 없지 않다. 두 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각기 광주·전남(민주당)과 대전·충남(신당)지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충청연대'를 선거전략의 핵으로 삼고 있는 여당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보수연합론=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합치고 여기에 신당 등과 연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나라당 내 영남출신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적극적이다. 이상배 정형근 이방호 의원 등은 충남에 바탕을 둔 자민련 등과의 보수대연합을 내세우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나라당의 기득권 포기 및 당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2007년 대선에서의 대권탈환을 위해선 '영남당'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간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수도권 출신 및 개혁성향의 소장파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노선투쟁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