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베이징·상하이는 위안화 절상 기정사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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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시내 야바오 거리의 중국은행 베이징 분행(지역 본부) 앞. 러시아어 간판의 옷가게들이 즐비한 이 곳은 보따리 무역상들이 자주 찾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암달러시장 중 하나다.
5일 오전 10시. 중국은행을 찾아 가던 보따리 무역상으로 보이는 20대 러시아 여성 옆으로 두서너 명의 '황뉴(黃牛·암달러상의 속칭)'가 다가와 "달러가 필요하냐(야오 메이위안)"고 말을 건넸다.
러시아 여성이 "달러가 있는데 위안화로 바꾸고 싶다"고 하자 그중 성을 셰씨라고 밝힌 환전상이 이내 실망스런 표정을 짓다가 마지못해 계산기를 꺼내 "달러당 8.20위안(1위안은 약1백25원)을 쳐준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성이 "은행에서도 8.21위안에 달러를 받는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달러를 아예 받지 않는 황뉴들도 많다"며 싫으면 그만두라는 듯 고개를 돌렸고 흥정은 깨졌다.
셰씨는 "요즘은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3개월째 한 건의 거래도 못했다"면서 "달러가 넘쳐 파는 데 정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부터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곧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나돌면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설명이다.
상하이 시내 금융중심지인 황푸강변 와이탄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황뉴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이 곳 중국은행 지점 문 앞에는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10여명의 황뉴들이 호객행위를 했지만 요즘은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환전상인 린씨는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판매가가 8.25위안으로 떨어져 중개마진이 크게 줄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달리 할 일이 없어 나왔다"면서 "혹시 수만달러를 바꾸려는 대어(大魚)가 걸릴까 기다리고 있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중국의 암달러시장에는 이처럼 이미 위안화가 평가절상돼 거래되고 있다. 위안화 공식 환율은 달러당 8.28위안으로 고정돼 있지만,암달러상들은 달러를 살 때는 8.22위안,팔 때는 8.25위안정도에 거래한다. 은행에서도 달러를 살 때 8.21위안으로 계산한다. 그래도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암달러시장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위안화 절상 분위기는 암달러 시장만 아니라 유흥업소 등에서도 피부로 느껴진다. 노래방 같은 일부 유흥업소는 "달러는 안 받는다"고 거부하기도 한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에서 S가라오케를 운영하는 위앤씨는 "달러당 8.0위안을 쳐줬지만 올해부터는 아예 달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언제 절상될지 모르는데다 암달러 단속도 강화돼 번거롭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에 대비해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처분,위안화로 현금화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하이에서 고급 호텔들에 그림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인 천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20여건의 아파트등 부동산을 대부분 처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위안화 평가 절상에 대한 준비”라고 그는 말했다.
재산을 모두 위안화로 현금화해 가지고 있어야 위안화 절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 뿐 아니라 투자용으로 상하이 부동산을 샀던 사람들은 위안화 절상에 대비해 지금 하나 둘 씩 이를 현금화하는 추세”라며 “반대로 달러를 쥐고 있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 외자계 기업은 위안화 절상을 기대,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외자계 기업 재무담당자는“단기외채를 늘리고 수출입 가격을 조작하는 식으로 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단기 채권 매입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위안화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위안화 역외 선물환시장(NDF)에서는 위안화 평가 절상 기대감이 강하다.
4일 현재 1년물 환율은 공식환율(달러당 평균 8.278위안)보다 5.8% 가까이 절상된 7.798위안에 이르고 있다.
1년 후에 위안화가 5.8% 절상될 것이란 기대가 강하다는 얘기다.
만기 6개월물도 달러당 7.988위안으로 공식환율보다 3.5% 낮다.
3개월물 역시 2.2% 절상된 달러당 8.098위안에 이르고 있다.
특히 3년만기물은 7.258위안에 달해 위안화 가치가 12.3%나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홍콩 밍바오(明報)는 미국이 최소 2%의 절상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이 이르면 7월 G8회담 때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i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