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는 최근 LG필립스LCD를 집중매수했다.


반면 LG전자는 대량으로 매도했다.


우리금융은 팔고, 국민은행은 사고 있다.


사들이는 종목은 하나같이 지난 1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종목들이다.


반면 팔아치우는 종목은 그런대로 좋은 실적을 낸 업체들이다.


1분기 실적이 기대이하로 나온 종목은 사고, 예상대로 발표된 종목은 파는 '청개구리식 매매'를 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1분기 성적표는 어닝시즌 전에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데다, 실적이 나쁠수록 향후 개선 폭도 커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청개구리식 매매


기관은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910대로 추락한 지난달 21일부터 매수를 재개했다.


4일까지 10일 동안 매수금액만 5천1백억원에 달해 조정장을 떠받치며 매수주체로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기관별로도 증권을 제외한 투신 보험 은행 종금 기금 등이 일제히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관이 사들이는 종목이 업종 내에서도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종목이라는 점이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서는 1분기에 영업적자를 낸 LG필립스LCD가 최근 10일간 3백21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어닝 쇼크'로 불릴 만큼 부진했던 삼성전자에도 2백13억원의 기관 매수세가 유입됐다.


반면 대형 IT주 중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LG전자는 72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철강주에서도 예상을 밑도는 이익을 발표한 INI스틸에는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포스코에는 '팔자' 주문이 몰리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1분기 영업이익률이 0.4%로 추락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낸 기아자동차를 매수하는 반면 대표주인 현대자동차는 매도 중이다.


은행주도 국민은행 매수,우리금융 매도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커진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매수 배경


기관의 청개구리식 매매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적발표 시즌을 활용해 향후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 선취매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증권 임정석 팀장은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수록 오히려 바닥도 가까울 것이라는 역설적인 해석이 힘을 얻으며 턴어라운드 기대주에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기관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LG필립스LCD는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기대되고,삼성전자도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낸 기아차도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노력과 내수시장 회복에 따라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NI스틸도 당진공장이 이달부터 본격 가동돼 종합철강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기관은 조정장을 마감한 뒤 하반기에 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경우에 대비해 턴어라운드주를 중심으로 선취매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