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가 진로에 이어 공적자금을 받은 모든 구조조정기업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전선을 확대하고 나섰다.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3일 기자들과 '호프데이 행사'를 갖는 자리에서 하이닉스반도체 우리금융 대우건설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자본을 바탕으로 M&A 시장의 '큰 손'으로 본격 등장하는 셈이다. 군인공제회는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만든 칸서스자산운용에 지분 참여,사모투자펀드(PEF)에 대한 투자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이닉스 1년 전부터 검토" 김 이사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거론한 기업은 하이닉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우리금융 등 6.7개사.특히 하이닉스는 한 기업이 공동 인수를 제의해와 1년간 집중적으로 검토작업을 벌여왔다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군인공제회는 1982년 군인과 군무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2백23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돼 금융상품 투자,아파트 건립사업,건설 SOC 사업,사업체 운영 등 성공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자산을 20년여만에 2백배인 4조6천5백억원 규모로 키운 신화적인 기관.대표적인 투자 성공사례로는 2003년 6월 금호타이어 주식 1천7백50만주를 사들인 뒤 7백49만주를 주당 1만4천6백원에 팔아 3백48억3천만원의 현금수익을 거둔 것.2003년 배당으로 받은 1백27억원,2004년 2백50억원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무려 7백25억원을 벌었다. 군인공제회는 이처럼 막강한 자본으로 M&A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질적으로 토종기업을 지킬 수 있는 토종자본은 군인공제회밖에 없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김 이사장도 이날 "토종기업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하되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로 인수건을 언급하면서 "롯데 CJ 등도 공동 인수 제안을 해왔지만 하이트가 가장 준비를 잘 하는 것 같아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M&A전에 군인공제회를 끼지 않고는 성사가 어렵기도 하지만 군인공제회의 판단이 그 정도로 정확하다는 얘기다. ◆"경영에는 참여 않는다" 김 이사장은 이날 군인공제회의 자금운용 규모와 투자원칙 몇가지를 밝혔다. 그는 군인공제회의 연간 운영자금이 3조원,기업 인수시 한번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력은 1조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과 손잡고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데는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외부 컨설팅 결과 한 곳에 투자할 때 최대 자금은 여유자금의 10%가량이 적정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진로 인수시 하이트컨소시엄에 투자한 것이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열 손가락 가운데 한두개가 잘못되면 괜찮지만 세개 이상 잘못되면 손을 못 쓸 수 있다"며 최대 규모를 10%선으로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항상 바이백 조항을 만들어놨다며 군인공제회 회원들이 군 퇴역시 평균 8%의 수익률을 안겨줘야 하는 만큼 투자시 이 수익률 이상만 나온다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수기업에 대한 경영참여와 관련해서는 "경영은 기업인들이 더 잘한다"며 "지분을 인수해도 경영불참 원칙은 불변"이라고 못박았다. ◆골프장과 해외투자 김 이사장은 골프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를 "골프인구가 확산 추세에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호주 펀드가 투자를 제의해왔다며 수익이 안정적인 펀드여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