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전문그룹인 미래에셋이 SK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이날 SK생명 대주주인 SK네트웍스와 SK생명에 대한 인수합의서(MOU)를 체결했다. SK네트웍스는 3일 이같은 내용을 공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은 3일부터 약 열흘동안 SK생명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와 함께 매각가격 협상을 갖게 된다. 미래에셋은 SK생명의 직원 고용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1천5백억~2천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측은 인수자금 전액을 자체자금으로 조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캐피탈의 본사건물(시가 약 7백억원 추정)과 보유채권(7백억원)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생명 인수 배경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변액보험 시장이 현재 3조원대 규모에 불과하지만,몇년 뒤엔 50조원으로 팽창할 것"이라며 "연말부터 도입될 기업연금 시장도 장기적으로 1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1백50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보험사는 이 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이 SK생명을 인수해 보험업에 진출하면 여러 측면에서 이득을 보게 된다. 당장 올해 안에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가 허용돼 SK생명 인수 후 펀드의 판매 채널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변액보험이 생명보험사의 주력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보험과 자산운용 시장이 통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의 자산운용은 모두 투신·자산운용사에 위탁된다. SK생명이 판매한 변액보험의 운용은 미래에셋투신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운용계열사로 위탁돼 미래에셋 측면에서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연말부터 도입되는 기업연금도 미래에셋이 보험사 인수를 추진한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기업연금 가입자의 신탁계약 당사자는 은행과 보험만 가능하다"며 "제조업 계열사가 없는 미래에셋으로선 보험사가 있는 게 기업연금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영토확장 미래에셋은 그동안 공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화제를 몰고 다녔다. 국내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와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들이 운용하는 해외펀드를 선보였다. 중장기적으로 인도와 중국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작년 12월에는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설립하기도 했으며,이 회사의 대표 주식형펀드인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의 해외 수출도 추진 중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감량경영을 하는 와중에도 미래에셋증권은 지점을 올 들어서만 20개 정도 늘렸다. 박 회장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벅셔 해서웨이' 같은 대형투자 전문회사로 SK생명을 키울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래에셋은 증권 자산운용 PEF 보험사를 모두 갖춘 금융그룹이 돼 외국계에 종속된 국내 금융시장의 토종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